[채효정] 노동은 있고 노동자는 없다 – 대학은 어떻게 ‘노동’을 지우는가?

강연 제목 노동은 있고 노동자는 없다 – 대학은 어떻게 ‘노동’을 지우는가?
강연자 채효정
강연자 소개
 

경희대학교 후마니타스칼리지 해직강사

<대학은 누구의 것인가> 저자

강연 일시/ 장소  2018년 02월 22일(목) 오후 7시 / 중앙대학교 105관 612호 

강연 내용 소개

 

세상 모든 곳이 그렇듯이 대학이란 곳도 누군가의 노동이 없이는 단 하루도 유지될 수 없다청소 노동자가 없으면전기 설비 노동자가 없으면주차 관리원이 없으면급식 조리사들이 없으면건물 관리 노동자가 없으면회계 담당자가 없으면행정 직원들이 없으면그리고 강사들이 강의를 하지 않는다면대학은 어떻게 될까

우리가 노동을 멈출 때 세상이 멈춰서는 것처럼 대학이란 세계도 마찬가지다그러나 대학에서 세계를 멈추는 파업과 같은 그런 상상을 하는 것은 하나의 불경이다왜냐하면 대학은 오랫동안 학문의 장이며, ‘교육의 장이라고 생각되어왔기 때문이다학문을 파업하는 것은 학문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며 교육을 파업하는 것은 학생들의 교육권을 박탈하는 일이 된다자유정의진리는 여러 대학들의 휘장들마다 조금씩 변주된 문장으로 새겨져있지만 그 어떤 대학의 휘장에도 노동을 새긴 곳은 없다

오랫동안 상아탑은 오직 지성의 활동에 의해서만 반짝반짝 빛나는 것처럼 보였다그러나 노동이 멈추면 지성의 활동이 쏟아낸 똥은 누가 치워주며변기는 누가 닦아주고쓰레기는 누가 치워줄 것인가노동이 멈추면 대학은 없다그런데도 세계를 생산하는 인간이 똥처럼 쓰레기처럼 소모품처럼 취급되는 곳인문교양이란 이름으로 대학들마다 교양교육을 강조하고 인문의 기치를 내걸고도 여기서 함께 일하는 인간을 쓰고 버리는 곳쫓겨나고 추방당하는 존재를 외면하는 곳그 진실을 알면서도 모른 척 하는 곳착취 받는 한 아이를 가둬놓고 모른 척 하는 대가로 도시의 모든 사람들이 행복한 오멜라스와 같은 곳이 지금의 대학이 아닐까

다른 어떤 사회보다 이 대학사회란 곳의 노동은 더 숨겨지고 더 감춰져 왔다왜 그런 것일까왜 진리와 정의를 추구한다는 이곳에서 왜 노동의 정의와 진리에 대해 말하지 않는 것일까언제부터 대학은 가장 반노동적인 사유를 학문이란 이름으로 생산하고 전파하는 곳이 되었을까우리는 이 대학을 노동의 장소로정치의 장소로모두의 것으로 만들 수 있을까그것을 다시 함께 생각해보려고 한다

나는 상상한다이 대학에서 학생들도 파업을 하고교수도 파업을 하고강사도 파업을 하고조교도 파업을 하고청소노동자도 파업을 하고경비노동자도 파업을 하는 날을여학생들과 여교수들이 파업을 하고장애인과 성소수자들이 파업을 하는 날을스트라이크세상을 멈춰라! 68년의 저항이 없었다면 아마 지금도 유럽의 대학생들은 비싼 등록금을 내고 학교를 다니고 있을 것이고노동자의 자식들은 대학에 들어갈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있을 것이며강의실을 점거하면 잡혀갈 것이고교문을 봉쇄하면 영업방해로 고소를 당하고 손해배상을 해야 할 것이다

왜 우리가 대부분의 이론과 과학을 수입해오는 그 세계의 현실이 이곳에선 비현실인가왜 우리가 배울 것이라곤 없는 냥 취급하며 거들떠보지도 않는 남미와 아프리카에서도 가능한 일이 왜 이곳에선 불가능인가왜 어떤 세계에선 현실이며 가능한 것이 어떤 세계에선 비현실이고 가능하지 않은 일인가누가 우리의 노동을 지우는가누가 노동의 주권을 짓밟는가노동의 주권 없이 과연 정치적 주권이란 것이 가능하며 학문과 사상의 자유란 것이 가능한 일인가나는 그것을 물어보고 싶다이 대학이란 사회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