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품은 젊음, 자유인문캠프 [ART:MU 인터뷰]

 

인문학 열풍이 거세다. 그만큼 많은 사람들이 현실에서 놓치거나 잊고 있던 존재의 이유, 삶의 가치, 세계와 나 사이의 관계에 대한 인문적 질문이 깊어진 것이다. 인문적 사유란 유명 철학자의 사상을 이해하기 위한 것이라기보다 그들이 품었던 물음과 물음을 풀기 위한 과정을 관찰하는 것이며, 더불어 현실에서 겪는 복합적인 고민에 대한 다양한 측면의 원인과 현상을 스스로 관측하는 노력일 것이다. 무엇보다 이러한 성찰이 삶의 방식에 조금의 변화를 일으킨다면 그야말로 인문적 실천이 나타났다고 말할 수 있겠다. 자유인문캠프는 성공과 통계 중심의 시대가 빚은 ‘비극적’ 현실로 태어났지만, 다른 측면으로 보면 제도권 교육이 추구하는 성과 위주의 교육을 거절하고 스스로 철학을 만들어가는 청년들의 현재와 미래를 보여주는 아름다운 등대이기도 하다. 자유인문캠프는 중앙대학교가 2008년 두산에 인수되면서 ‘대학구조조정’ 정책에 의해 인문학의 위기를 맞자, 학생들에 의해 자발적으로 생성된 대안교육의 장이다. 자유인문캠프는 대학의 기업화, 신자유주의, 성과 사회의 이면에서 탄생한 안타까운 현실이지만, 반대로 불행과 체념으로 가득한 한국사회의 모순을 극복할 수 있는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다.

정현
제가 자유인문캠프(이하 ‘자캠’)에 참여한지 벌써 햇수로 4년째가 되었어요. 참여를 하면서 느낀 점이 많은데, 그 중에서도 기획단이 인문학 및 예술 중심으로 한 프로그램을 신선하게 구성하는 게 신선했습니다. 기획의 과정이 궁금한데요. 자기소개를 부탁드리겠습니다.

고두현
저는 고두현입니다. 여기 모인 분들 중 가장 오래된 기획단 멤버입니다. 초기 자캠 기획단은 대학원 3명, 학부 3명, 총 6명으로 출발했습니다. 그 중 몇몇은 직장과 대학원으로 진로를 옮겼어요. 저 같은 경우는 자캠 활동을 하던 곽동건이란 친구 권유로 나중에 기획단에서 활동하게 되었습니다. 자캠이 만들어질 즈음에 저는 공익근무, NGO에서 인턴 활동, 해외 교환학생 등으로 참여할 수 없었습니다. 저 역시 사회에 대해서는 다소 냉소적인 편이었어요. 다른 곳에서 활동할 때 마침 청년이 이슈로 떠올랐고 그때 자캠을 지금 선생님처럼 인터뷰하러 왔다가 계속 여기에서 일을 하게 되었습니다.

정현
두현씨는 학부에서는 신문방송을 전공했는데 현재는 한예종 영상원 대학원에서 다큐멘터리를 전공하고 있잖아요. 본인의 삶에서 자캠 활동은 어떤 영향을 주었나요?

고두현
저는 방송국 취직이라는 미래만 생각하다가 방송국에서 인턴 생활을 하면서 깨달은 게 많았어요. 방송은 현실을 과장하거나 신화화할 때가 많잖아요. 그런데 자캠에서 전규찬 선생님을 알게 되었고 현재는 다큐멘터리를 공부하고 있습니다.

정현
자캠은 강의 이외에도 다양한 프로그램이 있는데, 그 중에서 ‘다큐 나이트’가 인상적인데 두현씨 기획인가요?

고두현
다큐를 보고 싶었는데 같이 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학교 강의실 빌려서 (자캠 활동과 비슷한 취지로) 다큐 나이트를 진행했어요. 지아장커의 “무용(Useless)”이란 다큐가 가장 인상적인 작품 중 하나였습니다. 사실 처음에는 이 작품을 이해하기 어려웠습니다. 다큐 나이트의 장점은 관람 후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는 겁니다. 처음에는 거의 관객이 없었어요. 그때 마침 오신 관객이 원래 디자이너 회사에서 일을 하다가 본인이 부품이 되는 게 싫어서 퇴사 후 자기 사업을 준비 중인 분이었어요. 자신의 삶과 연관된 내용이라 호기심이 많아 참석하게 되었고 자신의 경험을 애기해 주셨죠. 솔직히 많은 사람이 오는 게 좋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사람들과의 만남, 대화가 형성되는 겁니다. 시청률이 아니라 영상을 매개로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면서 함께 사고를 확장시키는 가치를 배우게 되었습니다.

이해빈
저는 2012년 겨울부터 자캠 진행단으로 활동하다가 기획단 일원이 되었습니다. 당시에 디자인을 전공하고 있었는데, 사실 인문학에 관심이 많았지만 다니던 학교는 철학과도 없어서 갈증이 있었습니다. 그러던 차에 자캠을 알게 되었고 수강료도 저렴해서 정말 열심히 들었어요. 그 동안의 이론 수업은 미술사밖에 없었는데 여기서의 배움이 사고의 지평을 넓게 만들어 주었습니다. 전에는 그냥 공부가 좋아서 시작했는데, 친구나 선생님들을 통해 현실의 문제를 공감하게 되면서부터, 이제 공부를 하는 게 사회운동의 차원, 자족이 아닌 사회적 책임감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안태진
저는 작년 여름부터 자캠에서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새내기 때부터 교지인 “중앙문화”에서 활동나는 중이고 현재는 편집장을 맡고 있습니다. 자캠과 중앙문화는 연대를 맺고 있어서 자연스레 기획단에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정현
중앙문화가 주로 다루는 내용이 있나요?

안태진
네, 주로 시사적 이슈와 학교와 관련된 내용을 다룹니다. 제 경우엔 대학에 오기 전에 환상이 있었습니다. 고등학교 때부터 정치에 관심이 있었는데 관심 있는 친구도 없고 선생님도 그런 생각하는 것을 반가워하지 않았어요. 사회적인 관심이 많은 사람들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토론하는 분위기가 아니고 진지한 얘기를 시작하면 지루하다고 생각하는 것처럼 느꼈습니다. 제 관심이 소외된다는 생각에 대학에 입학하면서 중앙문화에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교지를 하면서 알게 된 점은 글을 쓴다는 게 소모적인 작업이란 걸 알게 되었어요. 현장을 보도하는 게 쏟아 붓는 작업이기 때문이죠. 공부의 필요성을 느꼈지만 시간도 부족하고 혼자 공부하기가 수월하지 않던 차에 자캠 참여를 통해 공부도 하고 싶은 걸 배울 수 있는 게 좋습니다. 전에는 배우고 글을 쓰는 게 남을 위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최근에는 공부가 단순히 남을 위해서가 아니라 나 자신의 삶이나 미래를 생각하는 과정이란 걸 깨달았습니다. 그래서 어떤 삶이 올바른 삶인지 고민하게 되었어요.

고두현
자캠이 원하는 것도 이러한 사회적 자각입니다. 학교의 구조조정이 되었을 때 저희들은 투쟁을 했으나 실패했지요. 그 이유는 암묵적으로 구조조정을 인정한 것과 다르지 않다는 반성을 하게 되었는데, 실패의 원인이 어쩌면 우리가 왜 반대해야 하는지에 대해 무지했기 때문이란 걸 알게 되었습니다. 어떤 맥락에서 구조조정이 일어나고 어떻게 이 같은 사건을 저지할 수 있는지를 배워야 한다는 것이죠. 행동도 필요하지만 그 전에 논리나 의식을 만들기 위해 자캠이 시작되었습니다.

이해빈
이런 배움과 자각이 일어날 수 있는 건 자캠의 팬이된 강사님들 덕분이기도 해요. 주로 대학에서 강의를 하시는 선생님이 많은데 학교에서의 강의는 소통이 어렵고 집중도가 낮은 반면, 자캠의 강의에 참여하는 분들은 눈빛이 반짝이며 열정적으로 강의에 임하는 분위기가 좋다고 얘기하시죠.

정현
이제 남규씨 차례에요. 남규씨에게 자캠은 어떤 의미인가요?

강남규
2년 전 겨울에 자캠 기획단에 들어왔습니다. 저도 중앙문화의 편집장이었어요. 워낙 정치에 관심이 많았고 교지가 제게는 일종의 정치적 활동이었습니다. 전역 후에는 교지와 다른 매체로 활동을 이어가고 싶어서 기획단에 들어왔습니다.

정현
다른 매체란 무엇인가요?

강남규
구조조정이 일어나고 학생 징계가 행해졌던 1년 후 2011년 겨울이었어요. 교내에서 부당하고 부조리한 위협이 가시적으로 느껴지던 때였습니다. 중앙문화는 풍자적인 만화를 게재한 후 전량 수거를 당하고 예산이 삭감될 정도였습니다. 그래서 교지보다 자율적이고 저항적인 우리 방식의 목소리를 내는 매체가 필요하다고 느꼈습니다. 그래서 자캠에서 발행하는 “잠망경”에 글을 쓰면서 자캠과 연을 맺었습니다.

정현
잠망경의 구성과 어휘가 특이해요.

고두현, 강남현
네. 모두 예명으로 기고를 하고 꼭지명도 ‘오글오글’. ‘쫑긋쫑긋’ 같은 단어를 사용해요. 잠망경은 편집실도 없어서 주로 온라인 배포를 합니다.

정현
그럼 기획단은 주로 중대생으로 구성되었지만 반드시 그런 건 아니네요.

이해빈
저는 타대학생입니다. 기획단은 중대 중심이지만 수강생은 타대학생들이 더 많습니다.

고두현
통계를 내 보면 중대생 1/4 타대생 1/3 나머지 직장인 활동가 등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이해빈
최근에는 꽤 이름이 난 작가들도 수강생으로 오고 있습니다.

정현
저는 어떻게 여러분처럼 젊은 학생들이 창의적이면서도 현명하게 자캠 프로그램을 구성할 수 있는지 무척 궁금해요.

고두현
저는 지난 학기에 자캠에 관한 발제를 부탁받은 적이 있었습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저희가 하는 일이 일을 위한다기보다 대화를 통해 최선의 결과를 찾는 것이었어요. 대화를 통해 얻은 아이디어와 내용을 저희만의 언어로 구체화해서 다듬는 작업을 합니다. 이런 방식대로 행사를 기획하는 경우가 많아요. 제가 관심 있는 주제나 분야를 공유할 수 있는 기획으로 전환하는 겁니다. 다큐나이트 경우 의견을 나누고 취지문을 쓰죠. 잠망경, 감각의 확장, 라운드테이블, 오픈토크 등 시간이 조금 더 걸리더라도 되도록 저희만의 언어를 찾아가려 노력합니다.

정현
자캠은 기존의 인문학 강좌와 달리 예술/미학 분야를 비중 있게 다루고 있어요. 글쓰기, 큐레이팅 등 학술적 인문학이 아닌 실천적인 인문학 강좌를 자주 볼 수 있는데, 어떻게 자캠에서 예술을 주요하게 다루게 되었나요?

고두현
인문학과 사회과학에 편중되지 않도록 세 개의 볼륨으로 구성하면서 예술을 포함시켰습니다. 예술 분야는 큐레이터 김장언 선생님이 도움을 많이 주셨어요.

정현
강사를 섭외하기가 쉽지 않을 텐데요?

이해빈
처음에는 인지도가 약해서 어려웠지만, 최근에는 현실에 관심이 많은 담론을 만드는 학자들은 어느 정도 자캠의 존재를 알고 있기에 때론 역으로 선생님께서 주제를 제안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고두현
그 외에도 알음알음 만나게 된 ‘리슨투더시티’의 박은선 선생님의 경우는 예술 활동에서 청년운동을 지속하는 것에 대하여 제안하시기도 했고요. 태진이 같은 경우는 르포에 대한 수업을 제안해서 기획에 반영했지요.

이해빈
초창기에는 자유예술캠프(한예종에서 출발한 문화운동으로 현재는 지식순환협동조합으로 발전함)를 참조했죠. 흥미로운 점은 인문학과 사회과학 강의에 참여하는 수강생들 가운데 관련 학과생들보다 예술 전공자들이 많다는 걸 알게 되었어요. 요즘 작가들을 보면 미술 이외의 인식의 틀을 넓히기 위한 배움에 대한 갈증이 많은 것 같아요. 설문지를 통해 강의 수요를 맞추는데 그들의 요구가 다음 학기에는 반영이 되면서 자연스레 예술 강의가 늘어났습니다.

정현
최근 청년의 미래는 너무나도 비관적입니다. 여러분이 열정을 갖고 있는 자캠 활동도 어른의 눈으로는 성공적인 미래와는 더 멀어지는 것으로 비춰질 텐데요. 마지막으로 각자의 미래에 대해 듣고 싶어요.

안태진
피디나 기자가 되고 싶었어요, 그런데 최근 자캠 활동을 하면서 세상을 보는 시각도 넓어지고 더불어 미래에 대한 가능성도 더 넓어진 것 같습니다. 어쩌면 세상이 원하는 일을 하지 않고 다른 길을 가더라도 생계는 가능할 것 같아요. 하지만 조직 생활에 대한 가능성도 남겨 두었습니다.

강남규
제 전공은 정치외교학인데 대학에 올라오면서부터 기자가 되고 싶었어요. 작년까지 기자에 대한 확신이 있었는데 4학년이 되면서 흔들리네요. 작년부터 노동당 활동을 하면서 행사 기획을 하게 되었는데, 여기의 경험이 쓸모도 있고 활용이 가능하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이런 활동을 하면서 보람을 찾을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학자금대출을 생각하면 현실적인 벽도 많이 느끼죠

이해빈
현실을 보면서 공부의 깊이를 추구하다보니 제 미래는 오히려 더 흩어지는 것만 같아요. 지금 할 공부를 열심히 하는 게 우선입니다. 어쨌든 돈을 버는 건 만만치 않으니 할 수 있는 최대한 버티면서 공부를 하고 싶어요.

고두현
저는 복학을 합니다. 저희끼리 이런 얘기 많이 해요. 활동이랑 운동도 구성원과 같이 늙어가는 것도 중요하다고요. 대학생으로서 활동을 했지만 대학을 졸업하거나, 저는 이제 서른이 되었잖아요. 저희 활동 방향도 자연스레 나이에 따라 바뀔 수 있을 것 같아요. 자유인문캠프에서도 세미나 수업도 열어 보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저희가 깊이 있는 공부. 세계와 더욱 긴밀한 관계를 맺는 공부를 하고 싶습니다. 막연하게 대학에서 못 받은 교육을 받고 싶어서 자캠 활동을 시작했는데, 사실 대학이 놓지 말아야 하는 게 바로 교육이잖아요. 우리의 교육 현실은 관심 있는 주제에 대해 발언하도록 열어주질 않아요. 대학은 지식을 생산하는 공간인데 이러한 기능을 제대로 보여주지 않기 때문이겠죠. 자캠 초기에 의도했던 주체·자립을 넘어 두 발짝 앞을 보고 싶습니다. 스스로의 주체가 되면서 또한 공통의 관심사를 찾고 이를 둘러싼 동료들을 만나고 대화하고 이를 통해 지식을 생산하는 것이죠.

인터뷰 참가자_ 자유인문캠프 기획단 (고두현, 이해빈, 안태진, 강남규)

글쓴 이_ 정현 (미술평론가 12lunes@naver.com)

원문: http://artmu.mmca.go.kr/user/sub/subView.do?contentsNo=657&magazine=201502&menu=INTERVI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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