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연구공동체 소개 [경향아티클 2012.5]

 

 

1) ‘이것은 대학이 아니다’

자유인문캠프가 주관한 첫 번째 ‘새내기 교양학교’의 슬로건은 ‘이것은 대학이 아니다’였다. 우리가 만든 포스터는 마그리트의 그림 <이것은 파이프가 아니다>를 명백하게 참조하고 있었지만, 여기엔 마그리트가 표현하려 했던 어떤 아이러니도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을 분명히 해두어야겠다. 오늘날 대학은 자유로운 학문공동체나 시민교육기관이 아니라, 학위를 팔아먹고 복종적인 신체를 길러내는 자본-권력의 장치이다.

2) 구조조정

2008년 두산이 새로운 재단으로 영입된 이후 중앙대는 ‘대학 구조조정’의 롤 모델이 되었고, 강도 높은 기업식 구조조정이 진행되었다. 총장직선제 폐지, 교수연봉제와 성과평가제 도입, ‘회계와 사회’ 교양필수 과목 도입, 교지 <중앙문화> 강제회수와 탄압, 크레인에 올라 구조조정 반대시위 한 노영수 퇴학…. 기업식 구조조정의 요체는 시장화나 효율화 따위가 아니었다. 효율화의 명목으로 행해지는 일방적인 상명하달식의 명령구조와 지배체제, 즉 학내민주주의의 파괴야말로 무엇보다 실감하게 된 폐해였다. 교수, 직원, 학생들 모두 비상시국이라도 되는 양 숨죽이며 눈치를 보아야 했고, 대화나 협의의 여지란 존재하지 않았다. ‘그 분’의 카리스마와 일처리 방식에 대한 이야기가 조심스레 오갔고, 그 어느 곳보다 자유로워야 할 대학의 공론장이 싸늘하게 얼어붙었다. 우리는, 자유롭고 싶었다.

 

3) 잠수함토끼들

자유인문캠프 기획단의 공식 명칭은 ‘잠수함토끼들’이다. 예전엔 잠수함에 토끼를 태워 함내에 산소가 충분한지를 살폈다고 한다. 토끼는 조금이라도 산소가 부족해지면 예민하게 반응하는 동물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잠수함 속의 토끼는 종종 사회의 미세한 변화를 먼저 알아채는 지식인에 대한 비유로 쓰인다. 우리가 지식인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예민한 이들인 건 확실하다.

 

4) 트위터

자유인문캠프 기획단 ‘잠수함토끼들’은 트위터를 통해 처음 만났다. 주변의 많은 이들이 이를 소셜네트워크 시대의 새로운 만남의 방식으로 신선하게 여긴다. 신화는 그 자체의 생명력을 가지고 있다.

 

5) 네트워크

학생운동이 쇠망한 이후 운동조직의 구상에 있어 ‘네트워크형 모델’이 유일하게 가능한 대안으로 선호되고 있다. 그러나 네트워크의 무한한 확장과 생성의 과정에서 우발적으로 출현하는 사건의 계기들은 일시적인 팽창의 기회는 제공할지언정, 지속적이고 끈질긴 방식으로 존속하기 힘들다. 네트워크 자체도 끊임없이 조직되어야만 하는 것이다. 중앙집중형 조직과 수평적 네트워크의 환상을 모두 가로지르기, 그것이 우리가 막연하게 구상하고 있는 우리의 활동방식이자 영역이다.

 

6) 희망의 진지전

신자유주의적 대학개조의 결과 대학이 제도화되고 기업화되면서, 2000년대의 어느 시기부터 많은 비판적 지식인/연구자들이 대학을 떠나 외부에 자유로운 소규모학문공동체를 건설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그 부수적 결과로서 대학의 학문공동체는 점차 쇠약해졌고, 대학 내의 인문사회과학 담론은 학습의 대상으로 박제화 되어 갔다. 대학에서 탈주했던 소규모학문공동체들도 이내 시장(임대료!)의 압력에 직면해야 했다. 신자유주의가 전면화 된 이후 더 이상 우리 사회에 ‘외부’는 없다. 통치를 방기한 ‘버려진 곳’, 죽게 내버려두는 ‘호모 사케르’들이 끊임없이 양산될 뿐이다. 그리하여 우리는 다시 대학 내에 ‘희망의 진지’를 구축하고자 한다. 학회, 동아리, 세미나 등 주류의 질서를 거스르고 우회하는 수많은 미시적 선분들이 대학이란 집합적 공간 내에서 다시 한 번 들끓고 교차/중첩해야 한다.

7) 학교발전 이데올로기

‘서연고/서성한/중경외시…’. 학교발전과 서열에 목숨 거는 대학생들, 기업화된 대학의 열렬한 지지자들 내지 공모자들. 한때 ‘훌리건’이란 경멸적 이름을 부여받았던 이 소수의 음모가들은 어느덧 대학 생태계의 ‘우세종’이 되었다. 우리 잠수함토끼들의 주요한 적들이자 동기유발자로서, 자유인문캠프의 활동을 이어나가는 데 큰 활력소가 되고 있다.

8) 배후

“도대체 배후가 어디예요?”, 자유인문캠프 하면서 가장 많이 듣는 질문. 다시 한 번 말하지만, 그런 거 없다. 요즘 대학생들은 자신을 비롯해 또래의 능력을 과소평가하는 경향이 있다.

 

9) 네버엔딩 회의

우리는 회의를 참 좋아한다. 초창기엔 한 번 했다 하면 3~4시간을 훌쩍 넘기기 일쑤였다. 서로 사는 얘기도 나누고, 드립 경쟁도 빠질 수 없다. ‘자기-교육 운동, 해방의 인문학’이란 슬로건은 장장 세 달여의 회의를 거쳐 결정했다.

10) 독립저널

자유인문캠프는 ‘잠망경’이란 제호의 독립저널을 발간하고 있다. 저널은 가볍고 경쾌한 발걸음으로 당면한 문제들에 대응할 수 있는 효과적인 무기가 될 수 있다. 독립저널은 정론직필이나 저널리즘 따위를 굳이 표방하지 않으며, 노골적으로 당파성을 드러낼 수 있다. 우리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는 원고는 실리지 않을 수 있습니다.”라고 공지하면서 독자투고를 모집한다.

11) 뒤풀이주의

뒤풀이는 우리를 배신하지 않는다. 우리가 뒤풀이를 배신할 뿐이다.

 

 

□ 자유인문캠프 단체소개

자유인문캠프는 ‘자기-교육 운동, 해방의 인문학’이란 기치 아래 중앙대를 거점으로 대학원생, 학부생들이 모여 다양한 교육-예술-문화운동을 펼치고 있습니다. 여름, 겨울방학 기간에 다양한 분야의 인문사회과학 강좌를 개설하며, 그 외에 공개강연, 새내기교양학교, 영화상영회, 독립저널 발간 등의 활동을 함께 하고 있습니다. 자유인문캠프와 만나고 싶으시다면 홈페이지 freecamp.kr로 방문하시거나, 트위터 @re_univ를 팔로우하시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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