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 되기, 인문학 하기. 잠수함 토끼들의 경고음을 듣다. [동국대 문과대 소식지 ‘소문’]

대학생 되기, 인문학 하기. 잠수함 토끼들의 경고음을 듣다.

글. 한결, 사진. 성현

2010년, 논란 많았던 중앙대 구조조정이 관철되었다. 취업률에 기반 한 평가기준으로 기초학문들을 대거 통폐합의 대상으로 삼은 학교 정책에 반대하던 학생들은 모두 징계 받고, 학내 언론도 탄압받았다. 캠퍼스가 우울하게 조용했다.
작은 움직임에서 변화가 시작됐다. ‘재미있는 일을 꾸며보려고 한다.’는 한 대학원생의 트위터로 시작된 학생들의 자발적 모임이 ‘자유’, ‘인문’, ‘대학’이라는 주제로 대학 기업화에 반대하는 공개강연을 열었고, 90명이 들어가는 강의실이 가득 찼다.
같은 고민을 나눌 수 있는 네트워크의 힘을 믿게 된 이들은 <잠수함 토끼들>이라는 이름으로 활동을 이어갔다. 예로부터 잠수함에는 잠수함 내부에 산소가 충분한지 알기 위해 산소 결핍에 예민한 토끼들을 태웠다고 한다. 숨 막히는 현실은 산소가 부족했기 때문인 걸까? ‘자기-교육 운동, 해방의 인문학’이란 기치 아래 꾸며지는 이들의 활동에 페이스북 페이지 4,500명, 트위터 팔로워 3,000명이라는 놀라운 숫자의 사람들이 호응하고 있다.


자유인문캠프는 ‘자기-교육 운동, 해방의 인문학’이란 기치 아래 중앙대를 거점으로 대학원생, 학부생들이 모여 다양한 교육-예술-문화운동을 펼치고 있습니다. 여름, 겨울방학 기간에 다양한 분야의 인문사회과학 강좌를 개설하며, 그 외에 공개강연, 새내기 교양학교, 다큐멘터리 상영회, 독립저널 발간 등의 활동을 함께 하고 있습니다.

-자유인문캠프 홈페이지 소개글


모두가 대박을 꿈꾸는 세상에 기초학문을 배우려는 우리는 “거기 나오면 뭐 먹고 사니?”라는 질문 너머 어떤 가치를 이야기해야 할까? 대학, 대학생, 인문학. 우리를 설명하는 세 가지 근본적인 주제들에 대해 <잠수함 토끼들>과 이야기를 나누어 보았다.

 

남규_소개사진

두현_소개사진 

▲ 잠수함토끼들 남규와 두현

독자들을 위해<자유인문캠프>(이하 자캠)에 대해 설명부탁드려요. 자랑도^^

두현_ 방학 때 비어있는 강의실을 이용해서 계절학기가 끝나자마자 여러 가지 주제의 연속강의를 꾸려서 자유인문캠프라는 이름으로 진행하고 있어요. 올해가 8번째 자캠입니다. 올해는 예술 쪽 수업들이 입소문이 많이 나서 조기 마감이 되었습니다. <미술 글쓰기>수업은 하루 만에 마감되었어요!

남규_ <잠수함 토끼들>(이하 토끼들)은 자캠을 준비하는 기획단인데, 자캠만 준비하는 것은 아니에요. 공개강연, 독립언론인 잠망경 출간, 다큐멘터리를 함께 보는 다큐나이트, 새내기 교양학교, 자체 스터디 모임인 책읽기 모임 등 여러 활동을 하고 있어요.

대규모 강연 기획에서 독립저널 발간까지 토끼들의 활동이 쉬운 일은 아닌 것 같아요.
힘든 점도 많을 텐데 활동을 이어나가는 원동력은 무엇이라 생각하시나요?

남규_ 만남인 것 같아요. 자캠은 유의미한 변화를 이끌어내자는 목적이 있어요. 그런데 제가 하던 고민을 다른 수준, 시각에서 하는 새로운 사람들을 계속해서 만나고 이야기하면서 굳어있던 생각을 녹이고, 발전시킬 수 있었던 계기가 되었던 것 같아요. ‘이렇게 깊은 생각을 하는 사람이 많고, 자캠이 이들을 모아내고 있구나!’하는 놀라움이 저희 활동에 확신을 갖게 하고 힘을 주는 것 같아요.

두현_ 저희가 하는 것들이 다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을 의미 있는 방식으로 하자는 생각에서 나온 것이거든요. 잠망경부터 다큐 상영회, 자캠의 강좌기획까지 모두 저희 기획단이 좋아하던 것이고, 하고 싶어서 만든 것이에요.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사회적 의미와 결합했기 때문에 즐겁고 힘이 덜 드는 것이 아닐까요?


토끼들, 대학 기업화에 맞선 만남의 장을 만들기 위해 모이다.

토끼들의 활동이 중앙대 구조조정 때문에 시작되었다고 들었습니다.

두현_ 중앙대에서 구조조정이 일어나고 있을 때, 트위터나 주변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많은 사람들이 이 상황에 대해 잘못되었다 생각하고 있고, 무언가 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을 하고 있었어요. 하지만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른 채 혼자 떨어져 있었죠. 그래서 그런 사람들이 만나는 장을 만들고 싶은 생각에서 출발한 것이죠.

남규_ 그렇게 시작했던 것이 2010년 9월에 대학 구조조정 문제에 대한 공개강연회를 연 것이었는데 90명 정도 들어가는 강의실이 가득 찼어요. 이 사람들은 어디서 나타났을까? 이 사람들에 대해 서로 알아갔으면 좋겠다는 기획으로 시작되었어요.

두현_ 사실 반신반의를 많이 했어요. 학내에서 이런 일을 벌였을 때 사람이 많이 안 오잖아요. 그런데 결과를 보고 확신이 들기 시작한 거죠. ‘이게 분명 필요한 활동이고, 문제의식을 갖고 있는 친구들이 있는데 네트워크가 없었던 것뿐이구나, 이러한 사람들을 계속 만나고 이야기 나눌 수 있는 장을 계속 만들어야겠다.’

남규_ 대학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이 있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대학사회가 파편화되어 서로의 존재를 확인할 기회가 없었던 것이죠. 서로의 존재를 확인하고, 연대할 수 있는 계기가 생기는 허브로서 자캠이 의미를 갖는 것 같아요.

두현_ 요즘 대학의 공동화 현상이 일어나는 것 같아요. 밖에선 공모전, 봉사활동에서 학문공동체까지 다양한 활동이 이루어지고 있지만 정작 대학 안의 활동은 없어요. 하지만 대학 안에는 강의실, 학생회 같은 (아직 남아있는) 학생자치모임처럼 아직 활용할 수 있는 것들이 있어요. 그래서 저희는 대학이란 공간 속에 흩어져버린 사람들을 모아보려는 것이죠.


자기교육 vs 자기계발

토끼들은 학술운동을 하며 자기교육이란 슬로건을 강조하는 것 같아요. 자기교육은 어떤 것이죠?

남규_ 자기계발이란 것은 경쟁적인 용어로 쓰이고 있는 것 같아요. 사회 속에서 남들보다 한 칸 더 밟고 올라가려는 행위들로 이루어지고 있죠. 자기교육은 남을 이기기 위한 것이 아니라 함께 하기 위한 공부에요.

두현_ 저희가 하려는 일이 대학에서 사람을 모으는 것이라 할 때, 단순히 사람을 모으기만 하면 된다면 가수 싸이를 부르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일 테지만 (그러면 사람이 구름처럼 몰리겠죠^^) 저희가 원하는 것은 그것이 아니잖아요. ‘모여서 무엇을 할 것이냐?’ 그것이 중요하고, 저희의 경우에는 모여서 공부를 해서 저희 스스로의 역량을 늘려야 한다고 생각한 것이죠. 그런데 그 역량을 늘리는 것이 타인을 밟기 위한 것 이를테면 토익같은 (스펙) 스터디라면 그것은 결국 다시 흩어지기 위한, 타인을 이기기 위한 공부이니깐 그것은 아니라고 생각했어요. 이기기 위한 것이 아니라 함께할 수 있도록 이 사회에 대한 것이나 철학적인 것에 대해 같이 공부를 해보자고 학술운동을 하는 것이죠.


‘자기 교육’은 요즘 대세인 ‘자기 계발’ 에 대비해서 쓴 용어다. 자기 계발이라는 게 자기가 선택한 가치를 따라가는 게 아니라, 사회적으로 주어진 가치에 몰입하는 것이지 않은가? 자기가 정말 원하는 삶이 뭐고 사회가 무엇인지 생각하며, 내가 좋다고 생각하는 가치가 뭔지를 되새기는 게 인문학적 사유라 생각한다. 자기 교육이라는 말은 스스로 자기자신에게 질문을 던지고, 가치를 찾아가는 그런 지향점을 가진 공부를 의미한다.

출처: “대학이 인문학을 없앤다고? 우리가 직접 만든다!” http://slownews.kr/4357


학과 구조조정, 대학 기업화 그리고 대학

구조조정과 기업화를 겪으며 대학에 대한 성찰을 많이 했을 것 같아요. 토끼들에게 대학이란 어떤 곳인가요?

두현_ 중앙대는 2008년에 두산이라는 기업으로 재단이 바뀌었어요. 겉으로 보았을 때, 새로운 건물들이 많이 지어지고, 깔끔해지고, 도로가 잘 닦이는 변화가 있었어요. 그런데 “그것이 발전한 것이냐?”고 물어본다면 사실 잘 모르겠습니다. 왜냐하면 이전에 있었던 학생들의 자치공간이나 자치문화 같은 것들이 모두 사라졌거든요.
대학생이 된 것은 성인이 된 것이잖아요. 자신의 삶에 대해 책임을 지고, 자신의 생각을 갖고 누군가에게 의존하지 않는 주체로 서는 것이 대학생이 되는 것인데 그럴 수 있는 기회가 이렇게 대학이나 사회에서 점점 없어지는 것 같아요. 마치 저희들을 아이들로 남기를 바라는 것 같아요. 그들이 만들어 놓은 틀 안에 얌전히 있도록 말이에요. 대학 사회에서 학교 측의 일방적인 방향의 구조조정이나 기업화와 같은 움직임이 있잖아요. 학교 측이 비민주적이고, 불합리하고, 권위적인 것도 분명하지만, 한편으로는 대학생들이 하나의 주체로서 이런 문제에 대해 모여서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비판하는 역량이 떨어진 것 역시 문제라 생각해요.

남규_ 대학은 ‘비어있는 그릇’이라고 생각해요. 가르침이 있고 배움이 있되 나머지는 텅 비어있는, 배움과 가르침을 확대하기 위한 모든 활동이 가능한 공간이 대학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학생자치도 중요하게 생각해요. 그런데 지금의 대학의 기업화는 ‘대학은 이것을 위한 공간이기 때문에 이것만이 필요해!’라고 강요하고 있는 것이고, 그로부터 학생자치나 취직률이 낮은 학과, 언론같은 것들이 억압받고, 삭제 당하는 것이죠. 이렇게 자신들이 정해진 틀에 맞추어 우리를 같은 제품으로 찍어내려는 것은 안 된다고 생각해요. 대학은 각자가 자신이란 그릇을 스스로 채워나가는 공간이죠.

두현_ 구조조정의 논리가 사실 이 학문이 (취업률이 낮기 때문에) 의미가 없다고 일방적으로 판단을 하는 것이잖아요. 하지만 이 학문이 의미가 있는지, 어떤 것을 공부해야 하는지는 일방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해요. 대학이란 공간이 취업만을 위한 곳이 아니잖아요. 공부를 하는 곳이고, 내가 어떤 사람인지, 이 사회가 어떤 곳인지 아는 곳이고, 그래서 내가 이 사회에서 무엇을 할 수 있을지를 결정하는 곳인데 그 중 하나가 취업인 것이죠.

취업준비 또한 하나의 그릇 채우기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요?

두현_ 그러한 선택이 정말 자신이 선택한 것일까요? 그 질문을 먼저 해야할 것 같아요. 우리의 고민해결 방법이라는 것이 대체로 이렇잖아요. “지금 힘들지? 일단 좋은 대학에 가라, 일단 좋은 직장에 취직해라, 일단 더 성공해라.” 이것들은 너무 단순한 해결책이고 의미가 없다고 생각해요. 인생에 대한 질문은 단순히 해결할 수 있는 고민이 아니고 평생을 고민해야 하는 것이죠. 나침반의 바늘이 항상 북쪽을 가리키지만, 끊임없이 떨리는 것처럼 말이에요.

남규_ 내가 정말 하고 싶어서 대기업에 들어간다면 그건 좋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그 선택이 사회적으로 성공해야 한다는 밖의 요구에 부응해야하기 때문이라면 그것은 안 좋다고 생각해요. 바깥으로부터 요구받은 성공을 위해 지금의 시간을 계속해서 취직이나 승진을 위해 전념하다가 나이가 많이 들어서야 자신에게 눈을 돌리고 인생의 의미를 찾는 것은 늦는 일이지 않을까요. 아예 인생의 의미를 묻지 않는 삶은요? 그런 삶은 게임을 할 때, 정해진 매뉴얼을 따라 계속 진행하는 것 같다고 생각해요. 그렇게 남이 정해준 길로만 가서 게임을 끝냈을 때, 무엇이 남을까요?


해방의 인문학

토끼들에게 인문학의 의미는 해방의 인문학이란 슬로건으로 표현되는 것 같아요

두현_ 인문학은 인간에 대한 학문이라고 하잖아요. 지금은 학문분과가 나뉘어있지만 그 시작은 사람들이 함께 하면서 생기는 질문으로부터 시작된 것 같아요. 내 고민이 나 자신만의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도 같이 하는 고민이고, 이것을 어떻게 같이 풀어나갈까? 그것이 결국 인문학이라 생각해요. 이러한 고민은 사람이기 때문에 생긴 것이니깐 그 이전에도 했던 것이고, 우리가 알고 있는 유명한 사상가들의 이론들이 그렇기 때문에 의미 있겠죠.
그저 지식을 얻기 위한 인문학이나 스티브 잡스가 말한 것과 같은 효율성을 위한 인문학은 저희가 생각하는 해방의 인문학은 아니에요.
인문학에서 던진 질문들이 그 이야기가 오가는 맥락이 있고, 그것이 오늘날의 삶과 나 자신의 삶에서 어떤 의미가 있는지에 대해선 더 많은 이야기가 오갈 수 있는 것이잖아요. 그런데 지금 대부분의 강의환경에선 일방적인 지식전달의 장이 될 수밖에 없어요. 굉장히 단편적으로 누구의 어떤 철학, 그것이 어떤 의미가 있었다는 것을 암기식으로 외우고, 그 지식들을 비교해서 시험을 치고 끝이잖아요. 하지만 그게 끝인 것은 아니잖아요…

남규_ 인문학이라는 것은 저 사람에 대해서 탐구이고, 그 결과는 그 사람에 대한 공감이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이론의 내용이 중요한 게 아니라 ‘왜 그런 논의를 하게 됐을까?’라는 문제의식을 공부하는 것이 중요한 것 같아요. 그리고 그것이 자신의 삶에서 이 사회에서 어떻게 적용될 수 있는지를 이야기해야 하는데, 그것을 이제 대학 안에서는 불가능해지고 있어요. 그건 개별적인 교수님이나 학생들이 문제 있는 것이 아니라 구조 자체가 문제 있다는 것이죠.

두현_ 내가 어떻게 살아야하는가에 대한 질문을 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못해본 친구들이 많은 것 같아요. ‘내가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란 고민이 어느 기업에 취업할까 혹은 강남에 아파트를 살지 강북에 아파트를 살지와 같은 단순한 선택지의 문제가 아니잖아요. 그런데 그런 질문들을 접할 수 있는 기회가 없어서 그러한 고민을 못하는 것 같아요. 저희가 고등학교 때부터 익숙했던 것은 내가 상대적인 평가 속에서 등수가 매겨지는 것을 계속 경험을 하면서 자라잖아요. 대부분의 사람들이 익숙했던 방식대로 살아서 자기계발하는 주체로 살아가는 것 같아요. 저희는 삶에 대해 고민할 수 있는 것들을 계속 던져주고 싶은 것이죠. 그렇게 인문학을 통해서 정형화된 틀 속에서 서열경쟁을 하는 것에 균열을 내고 해방되도록 하고 싶은 것이에요.

인터뷰_끝 중간_사진

기사 원문 : http://dgusomoon.tistory.com/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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