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두운 대학의 밤에 쏘아올린 작은 불꽃 하나-중앙대 자유인문캠프 [숭실대 웹진]

 

[출처] 어두운 대학의 밤에 쏘아올린 작은 불꽃 하나-중앙대 자유인문캠프 [숭실대웹진] 

http://ja-mong.com/249

 

 

-우린 무엇을 배우고 있지?

대학을 3년정도 다닌 마당에 생각해보니, 사실 사회과학대를 다니고 있지만 내 자신이 “사회”에 대해서 사유하게 해준 힘은 전공과목보다는 대학에 들어오기 전과 후에 읽었던 책,그리고 여러 활동들이었다. 잡학이라는 신문방송계열의 특징도 있지만, 대학에서 배운 것들이 도움이 되었던 부분은 사유의 발상과 진전이라기 보다는 그것을 어떻게 효과적으로 표현해낼 것인가, 어떤 방식으로 전달하느냐의 문제였다.

그러나 사실-대학이라는 것이 우리사회에서 아직까지 갖는 의미는 이런 “실용적 측면”에 국한되어 있지 않다. 인문의 장, 상아탑, 학문을 맘껏 펼치는 것- 그러나 현실적으로 대학이 얼마나 저런 단어들과 거리가 먼지, 대학을 다니는 우리 스스로가 잘 알고 있다. 우리 스스로가 “학문”을 하고 “인문정신”을 기르기 위해, 그래서 그걸 통해 “사회”에 참여하기 위해서 대학에 온 것이 아니라는 점을 우리 스스로가 가장 잘 알고 있지 않던가?

비단 대학의 중심부를 기업이 차지하지 않고 있더라도 우리는 이미 대학이 아닌 “취업준비생”으로서 살고 있다. 이 전공을 하고 나면 뭘 해 먹어야 하는걸까. 쓸데없는 책을 보고, 쓸데없는 활동을 할 게 아니라 졸업하고 취직할 수 있는 것들을 준비해야 하는 게 아닐까. 토익. 인턴. 어학연수. 어느덧 우리의 성공적 대학생활을 가늠하는 잣대는 “시장경제에 얼마나 비싼 상품”으로 자라나느냐 가 되었다. 인문학도 더 이상 “공부”의 대상이 아닌 스펙의 일환으로써 “소비해야 하는”것이 되어버렸다.

(뭘 배울려고 대학에 온거지?-출처:http://www.ipuris.net/)

 

토익을 한다던가, 인턴을 준비한다던가 하는 것이 나쁘거나 부질없다는 것이 아니다. 그러한 준비는 강한 마음가짐과 많은 준비가 필요하다. 그렇지만 그것들이 우리가 “정말 하고 싶은 것”이라고 묻는다면 많은 사람들이 자신있게 “예”라고 답하지는 못 할 것이다. 대학에 내가 하고 싶은 공부를 하기 위해 왔다면, 나는 왜 지금 “하고싶진 않은 데 해야 하는 무언가”를 하고 있는 걸까? 그것이 얼마나 우리가 주체적으로 선택한 것들일까? 우리는 우리가 들이는 돈 만큼 가치있는 것들을 배우고 있는 것인가?

생각해보니 대학은 “사회인 이전에 자유롭게 생활하는 마지막 공간”이기 보다는 사회인의 룰-다시 말해 적자생존의 시장경제의 룰을 얼마나 빨리 체득하느냐의 문제가 되었다. 내가 듣고 싶어서 듣는 수업일지라도 졸업 때 서류심사를 생각하면 학점 하나도 마음을 놓을 수 없고, 듣고 싶지 않은 것이어도 취업을 생각하면 참아내야 한다. 혹시 다른 생각들-인문학적 관심, 혹은 좌빨 이라고 불리거나 혹은 허튼 짓으로 불리는 것 들-에 관심을 갖더라도 뭐라 할 사람은 많이 없지만 찾아볼 곳도 적고 같이 할 사람도 없다. 남들이 영어책을 독파할 때 “인문학의 즐거움” 따위를 보고 있는 다면 그 학생을 바라보는 눈빛은 둘 중 하나이다 “별난 놈” 이거나 혹은 “정신 못 차리고 있거나.”

 

-중앙대. 두산대가 되다.

 

2008년, 국내 굴지의 재벌 두산그룹이 중앙대학교를 인수했다. 당시 두산그룹은 사회공헌 차원에서 중앙대를 인수했다고 밝혔지만 사실 그 속내는 다른 기업들의 대학을 통한 “장사”라는 속셈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중대 인수 후 두산으로 인해 중앙대가 더 좋아질 것이다, 혹은 문제가 생길 것이다 라는 이야기가 무수히 떠돌았지만 그 두 가지 추측은 모두 맞는 것으로 드러났다. 다만, 문제는 훨씬 가혹하게 다가왔다.

두산 인수 후, 중대는 정말 많은 일을 겪었다고 한다. 두산 재단이 구성원의 협의 없이 무리한 “학과 구조조정” “이과중심의 확장” “교수,교직원에 대한 성과급 관리”등의 기업친화적 분위기를 조성 했을 뿐 아니라 총학 주도의 신입생 OT를 불허하고 재단에 부정적인 기사를 쓴 교지들을 사실상 폐간 조치(예산 전액 삭감)했다. 학내 언론들은 2008년 두산이 중대를 인수한 뒤 펼친 구조조정의 결과로 학내민주주의가 파괴되고 대학의 본질이 무너지고 있다고 비판했을 뿐이다.

아무런 의견수렴 없이 외부컨설팅을 통해 결정된 학과 통폐합으로 정든 학과를 잃게 된 학생들은 한강대교와 타워크레인 위에 올라가 고공시위를 했으나 그들에게 돌아온 반응은 “대학개혁의 신호탄” “중앙대 발전중”이라는 보수언론의 기사와 사람들의 무관심,혹은 냉소였다. 거기에 2500만원의 손해배상과 “대학 이미지가 훼손되었다”는 이유에 따른 별도의 징계까지-중대는 그야말로 “두산대”가 되었고, 학생들의 저항이 민망할 정도로 두산대의 입시경쟁률은 올라갔다. 세상은 두산의 재단 인수가 중앙대에 득이 되었다며 두산을 극찬하고 있다.

(출처:동아일보)

 

이런 극단적인 중앙대의 모습은 그냥 남의 모습일까? 이 기사를 읽는 독자 중 누군가도 분명 “그래도 재단이 인수하면 좋잖아”라고 무의식적으로 생각하거나, 혹은 우리학교는 재단에 넘어가지 않아서 그나마 좀 평화구역이구나..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필자도 그 범주에서 크게 벗어나지는 않는다. 그러나, 실질적인 지배 이전에 그 지배의 논리를 동경하거나 동의한다면, 우리가 지금 다니는 이 공간이 바로 “두산대”가 되는 것인지도 모른다. 지배란 체제의 문제이자 인식의 문제이므로.

학문의 본령, 민주주의의 실현 공간,사회고민의 장이라는 대학의 본령이 비록 지금 실현되지 않더라도, 그렇다고 해서 아예 “무용”하다며 파괴할 수는 없는 것이다. 현실적인 모습이 다르다고 해서 현실을 교정해주는 이상을 파괴한다면 인간은 그저 실증적인 존재로만 남을 뿐이다. 근데, 이렇게 파괴된 “의혈” 중앙대의 중심에서 몇몇의 불온한(?) 움직임들이 일어나고 있다. 바로 중앙대 자유인문캠프이다.

 

-자유인문캠프. 배우고 싶은 것을 배울 자유

 

11월 3일부터 열린 중대 자유인문캠프는 3일부터 5일까지 공개 무료 강좌를 시작으로 8일부터 본격적으로 강좌를 진행 중 이다. 인문캠프는 2009년 여름에 문화관광부가 한국예술종합학교(이하 한예종)에 대해서 학과 통폐합을 시도하고 교육의 자율성을 침해함에 따라 갈등을 빚었던 한예종 사태 이후 학생들이 자체 기획한 자유예술 캠프의 연장선상에 있다. 그러니 그 정신 또한 비슷할 수밖에 없다. 학교에서 우리에게 “스펙”을 요구하고 굴종을 요구하지만 우리는 우리가 배우고 싶은 것, 듣고 싶은 이야기, 나누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는 외침이다. 3일부터 5일까지 이루어진 자유-인문-대학의 3가지 주제의 강연은, 앞으로 이 인문캠프에서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가? 라는 프리뷰와도 같은 강연들이었다.

첫째날 포문을 연 것은 계원예대 서동진 교수였다.

“자유로울 수 있는 자유-신자유주의적 역설”이라는 주제로 열린 이날 공개강연에서 서동진 교수는 자유의 역사에 대해서 설명했다. 서동진 교수는 “자유의 폐해에 대한 셈법으로서 나온 것이 사회이고, 사회의 문제가 존재한다 생각되어 그 이후에 나온 것이 지금의 신자유주의이다. 이것은 기본적으로 기존의 자유 개념 안의 것들” 이며 “지금 우리를 옭아매는 이 신자유주의의 고리들은 이건희와 같은 존재들이 심어놓은 것이 아니라 우리가 욕망하던 것들” 이라는 충격적 진단을 내놓는다. 민주화 이후 더 많은 자유를 외쳤지만 정작 그 자유가 어떻게 이루어져야 하는지를 사유 하지 못한 상태였다는 것. 이후 자유에 대한 상상력은 자본에 납치당하고 사회는 해체되며 자기관리의 시대의 시대가 열렸다는 것이다. 위험을 마음껏 즐기는 자가 대접받는, 사회가 해체된 시대. 우리에 대한 통제를 우리 스스로 욕망하는 시대.

 

“신자유주의는 불순세력이 아닌 우리 스스로 뿌린 씨앗이다. ‘마음껏 해!’ 라는 말은 실업과 불안을 불러온 정신과 동일하다. 머리 마음대로 하게 된 대가가 실업이라니 이거 너무 가혹하지 않은가?. 이 실수를 만회하기 위한 것이 신자유주의 비판이 되어야 하는 것.”

 

그렇다면 우리는 자유를 버려야 하는가? 우리가 상상하는 자유조차 기존의 권력들에 유동적으로 포섭되고 있다면 우리에게 남은 것은 무엇일까?

 

“선택을 선택할 수는 없는 사회. 여기에 자유주의의 난점이 존재한다..그렇다고 해서 자유로부터 달아날 수는 없다. 새로운 자유를 정립해야 한다”

 

 

(강연중인 서동진 교수-사진제공:자유인문캠프 기획단)

 

-백승욱 “인문, 맑스에게 말걸기” 김누리 “대학이란 무엇인가”

 

이어서 4일과 5일에는 중앙대 백승욱 교수와 김누리 교수의 강연이 이어졌다. 백승욱 교수는 “사회과학은 구조를 탐구하는 학문이고 인문은 인간을 탐구하는 학문이라지만 인간없는 사회도 없고 사회없는 인간 또한 없다. 그렇다면 인문은 그 제약의 원인이 무엇이건 주체적으로 설 수 있는가? 에 대한 질문이다” 로 운을 띄고 2시간이 넘는 시간동안 맑스와 루쉰,공자를 넘나드는 강연을 펼쳤다.

백승욱 교수는 “맑스 이후에 비판적 사유에 돌아갈수 없는 지점이 생겼다. 맑스의 분석에 따라 유물론적 토대의 구조와 이데올로기의 가상적 구조에 대한 비판이 이루어졌고 지금까지의 모든 논쟁들은 이 틀 안에서 이루어졌다. 근데 이 구조 말고도 다른 구조는 없는가? 이 둘 사이에 개방성이 존재하고 맑스의 사유엔 무수한 구멍이 존재한다. 이 개방적인 구조를 볼 때, 지금 인문의 실현을 위해 맑스 말고 더 나은 대화의 상대가 있는가?” 라며 맑스의 인문학적 가치를 이야기했다. 그렇다면 이 구조의 성찰과 당장의 억압들에 대해서 분노하는 마음들은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일까?

 

“피억압자가 분노에 휩쓸리지 않고 어떻게 해방될것인가? 가 문제가 된다. 결국 억압자를 구조적으로 근절하는 것이다. 프롤레타리아가 부르주아지를 몰아내도 억압은 유지된다. 관계를 벗어날 것인가? 변형(transform)시킬 것인가?…루쉰의 ‘광인일기’의 문제의식은 여러가지로 아직 유효하다. 사람이 사람을 먹는 시대에, 나도 사람고기를 먹고 있는 이 시대에 사람고기를 먹지 않은 자를 찾아낼수 있을까?”

 

 

 

(맑스를 주제로 백승욱 교수가 강연을 진행하고 있다-사진제공:중대 자유인문캠프 기획단)

 

 

“대학이란 무엇인가?”라는 주제로 열린 김누리 교수의 강연은 앞선 두 강연보다는 조금은 덜 학문적이지만 보다 현실에 와 닿는 문제제기의 시간이었다. 김누리 교수는 “대학이란 말은 게속 의미가 변하는, 현실의 역사적 과정 안에 있는 말” 이라면서도 “초기에 대학을 만든 사람들의 생각과 역사를 돌아보면 지금과 얼마나 다른가를 살펴볼 수 있다”라며 대학의 설립 초기에 관한 이야기를 이끌어 나갔다.

 

“university라는 말은 결국 우주라는 말에서 유래하는 건데, 우주란 하나이면서 전체를 다 품는 것이다. 그리고 그건 또한 진리이기도 하다. 보편적인 진리를 추구하는 교수와 학생으로 이루어진 조합 형태의 학문적 자율자치공동체. 이것이 유럽에서 1066년 세계 최초의 대학인 볼로냐대학의 설립 정신이었다…

..1810년에 훔볼트가 최초의 근대적 대학을 건설할 당시 대학의 4대 통일을 이야기하는데 이것은 교수와 학생이 모두 연구를 수행하며 진리를 탐구하는 연구와 교육의 통일 학문과 계몽의 통일,학문과 교양의 통일,학문들 간의 통일이다. 대학은 우리가 지금 생각하는 것처럼 단순히 학문을 배우거나 연구하는 곳이 아니었다. 대학 밖이 아무리 비루하고 억압적일지라도 대학 안 만큼은 이상적인 삶을 구현하는 공간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 기본 발상이었다. 그래서 그 이상적 삶을 우리가 살아보고 대학 밖으로 그 삶을 확장할 수 있다면 궁극적으로 이상적 사회가 가능하지 않겠는가?라는 상상하에 대학이 만들어진 것이다. 이상적 삶을 말해보는게 아니라 살아보는 그런 곳 말이다. 이렇게 본다면 지금 우리가 가진 대학이란 현실보다도 더 끔찍한 현실을 체험하는 공간이기도 하다.”

 

 

(마지막 강연의 김누리 교수-사진제공:중대 인문캠프 기획단)

 

이후 계속되는 “대학”에 대한 이야기에서 김누리 교수는 한국대학은 미국화,냉전시대를 거쳐 이제는 기업화의 시대에 이르렀다고 주장한다. 대학 자체가 기업언어의 프레임 안에 갇히고(스펙,효율성) 학문적 성과들이 매매가능한 상품이 되면서 학문공동체 자체가 붕괴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건희의 명예박사 수여를 두고 고려대가 굴복했듯이, 시장의 힘에 맞서는 마지막 진지인 대학이 무너져 가고 있다는 것은 하나의 징후라는 김누리 교수의 말. 이는 사실 우리가 자주 듣는 말이지만 자주 스쳐지나가는 이야기이기도 했다. 그렇다면 우린 무엇을 해야 할까? 김누리 교수도, 서동진 교수도, 백승욱 교수도. 쓴 웃음을 지으며 “알수 없다”라고 말한다. 그러나 단초는 존재한다.

 

“지금으로부터 150년 전에 맑스가 “이제는 공상적 사회주의가 아니라 과학적 사회주의이다. 유토피아로부터 과학으로 간다..라고 선언했다. 그러나 이제는 거꾸로가 필요한 것이 아닐까? 오늘날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과학이 아니라 유토피아이다.(김누리)”

 

“지구의 파멸이라는 엄청난 시나리오는 믿으면서 ‘혁명’이라는 소소한 이벤트(!)는 믿지 않는 우스운 현실이다. 사회의 복원으로써 지금 이 포섭이 해결되진 않는다. 상상력 조차 납치된 것이 지금 우리의 현실이지만, 분명 균열의 시기가 올 것이다. 어쩌면 우리가 할 일은 그것이 ‘어디서 터져나오는지’를 보는 것일지도 모른다 (서동진)”

 

“지금 중대를 운영하는 사람들이 경영담론이 절대적인 것처럼 이야기하지만 그 논리를 그대로 돌려주면 그들도 망가진다. 평가하는 자를 누가 평가하나? 강고해보이는 이데올로기도 실제로 허술하며, 이데올로기란 사실 그렇듯 아슬아슬한 것이기도 하다. 구조적으로 극단적 비관주의는 없다. 취약한 지점을 찾아내면 돌파구는 분명 보인다(백승욱)”

 

 

(사진제공:중대 인문캠프 기획단)

 

-자유인문 캠프 “잠수함 토끼들” 기획단 인터뷰

 

1.어떤 배경으로 인문캠프를 기획하게 되었는지 궁금합니다.

 

가장 큰 틀에서는 현재 한국 사회의 ‘대학’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기 위해서였습니다. 중앙대가 상징하는 ‘대학 기업화’는 이미 많은 대학에서 보편적인 문제로 자리 잡은 지 오래입니다. 이렇게 기업이 되어가는 대학 안에서, 정작 학생들의 목소리는 잘 들리지 않습니다. 우리는 흔히 대학생들이 현재 상황에 수동적으로 적응하고 있고, 적극적으로 스펙을 쌓으며 대기업 취직만을 위해 대학생활을 ‘올인’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목소리가 미디어를 통해 끊임없이 재현되고, 대학 문화 담론들은 ‘대학생들의 보수화’나 ‘탈정치화’에 대해 이야기 합니다. 이제 ‘인문학의 위기’는 너무 많이 들어서 식상하기까지 합니다. 심지어 일부 비판적이고 실천적인 학생들은 ‘운동권’이라는 이름으로 타자화 되어버렸습니다. 하지만 과연 우리가 냉정한 척 인정하는 이런 현실에 어떠한 균열도 없는 것인지 되물어 보고 싶었습니다.

모든 학생들이 스펙 쌓기에 매달리고, 대기업에 더욱 많이 취직하기 원한다는 인식이 대학의 변화를 더욱 가속화 시키고 정당화하고 있다는 겁니다. 하지만 우리 주위에는 아직도 ‘인문학’이나 ‘예술’이나 굳이 돈으로 계량화되지 않는 가치들에 몰두하고 있는 친구들이 더러 있지요. 모두가 가는 길이 아닌 다른 길을 모색하는 친구들도 적지 않습니다. 이렇게 자본에 의해 숨겨진 대학생들의 수요를 현실에서 보여주는 것이 우리의 기획이었습니다. 더 이상 무엇을 해야할지 모르는 상황에서 ‘희망’을 가시화하면서, ‘진지’를 만들어 보고자 했습니다.

단순히 양질의 인문학 강좌를 제공하는 ‘교육 서비스’의 차원에서 기획된 행사가 아니라는 것입니다. 인문학에 관심을 갖고 있지만 ‘숨어있는 대학생’들을 불러 모으고, 함께 공부하고 토론하면서 서로의 존재를 확인하는 것이 첫 번째 목표입니다. 다음은 이렇게 만난 학생들 사이에 관계가 형성되고, 이후에 의미있는 저항을 가능하게 할 네트워크를 형성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것이 저희의 기획 의도입니다.

 

2.중대 상황은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 중대 상황에 대한 간략한 코멘트 부탁드립니다.

 

자유인문캠프가 중앙대에서 기획되고 진행된 것은 사실 의미심장합니다. 중앙대는 두산의 재단 인수 이후에 폭발적인 변화를 겪어왔습니다. 먼저, 학교본부와 재단에 비판적인 기사를 실었다는 이유로 교지인 ‘중앙문화’가 강제회수되는 사건이 있었고, 교내 게시물(대자보나 플랭카드)과 집회에 대한 단속, 새터 금지와 같은. 학생자치권과 학내 민주주의에 대한 심각한 탄압이 있었습니다.

이후에는 기업 컨설팅 회사에 의한 학문단위 구조조정이 발표되면서 문과대의 일부 학과가 통폐합되고 경제, 경영관련 학과를 집중 육성하게 된 일련의 사태가 있었습니다. 학내 민주주의에 대한 공격과 더불어 진행된 일방적인 구조조정에 반대하는 학생들의 집회가 계속 이어졌고, 이 과정에서 두 명의 학생이 퇴학당하는 사건도 있었지요. 이러한 일련의 중앙대 사태에 대해서 처음에는 강력한 저항의 움직임이 있었지만, 구조조정안이 공식 발표되고 나서는 대체로 패배적인 분위기가 강했습니다.

사실 중앙대의 문제를 단지 중앙대만의 문제로 보기는 힘듭니다. 다른 대학들의 상황을 가장 선명하게 드러내는 하나의 상징으로 이해할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중앙대에서 기업이 학교를 어떻게 장악하고 어떤 방향으로 변화시키느냐에 따라 다른 학교들이 이번 사례를 참고로 더욱 적극적인 ‘기업화’에 나설 가능성이 높습니다. 저는 2007년의 이랜드 비정규직 투쟁을 떠올렸는데요. 당시에도 이랜드의 문제는 단지 이랜드만의 문제가 아니었죠. 이러한 ‘절망’속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이 있을까 고민하는 과정에서 자유인문캠프를 기획하게 되었습니다.

 

3.이번 인문캠프를 기획하면서 특별히 중점을 둔 부분이 있나요?

 

이번 자유인문캠프의 슬로건이 ‘자기-교육 운동, 해방의 인문학’인데요. 저희가 중점을 두고 있는 부분이 선명하게 드러나는 단어들입니다. 먼저, 자기-교육이라는 개념은 우리사회에 불어닥친 ‘자기계발 광풍’에 저항하는 대안적 교육방식을 의미합니다. 제도에 의해 독점된 교육, 자본에게 더 잘 사용되기 위해 갖추는 스펙에 반대하면서, 누구에게서든, 어디서든 배울 수 있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습니다. 진정으로 자신을 위한 공부, 하고 싶어서 하는 공부가 바로 자기-교육입니다. 이러한 자기-교육 운동의 가능성이 바로 ‘인문학’에 있다고 보았고요. 인문학이 가진 ‘해방적 상상력’에 주목하자는 의미가 함께 담겨 있습니다.

세 번의 공개강연과 여섯 개의 강좌프로그램, 그리고 저희가 준비한 인문학 도서 할인전 등으로 여러분을 직접 만나면서, 11월을 ‘인문학 공부하기 좋은 달’로 만들어 보고 싶습니다. 대학 문화에 대해서, 자기계발 담론에 대해서, 인문학에 대해서 더 많은 사람들이 함께 고민하고 이야기 나눌 수 있었으면 합니다.

(사진제공:중대 자유인문 캠프)

 

4.인문캠프를 수강했으면 좋겠다! 하는 사람들은 누가 있는지..^^ 수강상황은 어떤가요?

 

지금 서울지역에서만도 인문학 강좌가 많이 열리고 있습니다. 여러 아카데미에서 인문학 강좌가 열리고 있죠. 하지만 한학기당 10만원 이상 되는 돈을 내고 멀리까지 강의를 들으러 가기 힘든 것이 사실입니다. 인문학에 관심이 있지만 평소 깊이있는 공부를 할 여유가 없었던 분들이 많이 와주셨으면 합니다. 한달동안 진행되고 강좌별로 4번의 강의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부담이 덜하고, 강의료도 외부에 비해서 무척 싼편입니다. 철학, 사회, 문화, 예술에 이르는 여섯가지 강좌가 준비되어 있어서 평소 관심이 있으셨던 분야를 선택해서 들으실 수 있습니다. 현재 수강인원은 150명 정도가 되었고요.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모인 것은 아니지만 학내, 외에서 고르게 수강신청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5.이 인문캠프를 통해서 달성하고 싶은 목표같은게 있나요?

 

가장 중요한 것은 최대한 많은 사람들이 참여하는 것입니다. 사실 학내에서 구조조정이나 학생자치권과 관련해서 수차례 토론회나 강연회가 열린 적이 있었습니다. 상황에 따라 달랐지만 대체로 그 자리에 참석하는 사람들은 무척 한정되어 있었죠. 항상 보던 얼굴들만 보이고, 더 이상 새로운 사람들을 만날 수가 없는 상황이 된 것입니다. 이런 ‘사람’의 부족이 우리에게 주는 절망감이 사실은 무척 큰 부분입니다.

‘인문학’의 ‘해방적 상상력’에 대해서 주목하는 이들이라면 최소한 학교에서 일어난 사태에 대해서 기본적으로 비판적인 입장을 가질 수 있겠지요. 다만 총학생회라든가, 운동권의 구체적인 노선과 강경한 목소리에 동의하기 힘들어서 그 의견이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경우가 많은 것 같습니다. 우리는 강의를 기획하면서 평소에 관심은 있지만 거부감이 들어 나오지 않는 이들에게 호소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을 했고요. 그래서 정치적으로 선명하거나 노골적인 구호는 대체로 피하려고 생각했습니다. 지금 중요한 것은 우리의 문제의식에 최소한으로라도 동의해줄 수 있는 사람들을 최대한 만나는 것입니다. 잘 보이지 않지만 ‘인문학 공부’에 대한 수요가 이만큼이나 있고, 이런 목소리에도 귀를 기울여야 한다는 사실을 알려내는 것이 또한 중요하다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6.잠수함 토끼들 이라는 말이 상당히 특이한데..어떻게 그런 이름을 붙이게 되었나요?

 

“잠수함 토끼들”은 저희 자유인문캠프 기획단의 이름인데요. 저희는 ‘트위터’를 통해서 만나서, 이 행사를 기획하게 되었습니다. 학부생도 있고, 대학원생도 있지요. 사실 학부생만으로 행사를 기획하는 것과, 대학원생만으로 기획하는 것 둘 다 일정한 한계를 가지고 있습니다. 중앙대 사태에 직접적인 당사자로서의 시각을 학부생이 제공할 수 있고, 현재 학내 상황에 맞는 기획이 가능하겠죠. 하지만 강사 섭외라든가 교수님들과의 소통에 있어서는 해낼 수 있는 부분이 적습니다. 이런 부족한 지점을 대학원을 다니고 있는 기획단들이 보완하고 메우면서 좀 더 수준 높은 강의 프로그램 기획이 가능했다고 봅니다.

잠수함 토끼들이라는 이름은- 옛날에 잠수함에는 토끼들을 태웠다고 해요. 잠수함 안에 산소가 조금이라도 부족해지면 토끼들이 가장 먼저 반응했다고 합니다. 토끼들이 괴로워하고 죽어가면 그때 다시 잠수함에 산소를 공급해 줘야만 했던 거죠. 사람들이 산소부족을 느끼기 시작했다면 이미 돌이킬 수 없는 상황이라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래서 ‘잠수함 토끼’는 현실의 변화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예술가들과 지식인들에 대한 비유이기도 합니다. 우리 기획단들이 중앙대 상황, 더 나아가 한국사회에서 대학의 여러 가지 징후들을 예민하게 포착해내면서 이를 알릴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서 기획단 이름을 정하게 되었습니다.

 

7.앞으로도 인문 캠프를 열 생각이 있는지? 앞으로의 방향이라던가.

 

이번 행사 정식 명칭이 ‘2010 가을 자유인문캠프’인데요. ‘가을’이라는 단어가 들어갔다는 것은 이후에도 행사를 계속해서 이어가려는 의지를 드러냅니다. 저희 기획에 많은 아이디어를 주었던 ‘한예종 자유예술캠프’도 일회성 행사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꾸준히 강좌를 개설하고 사람들을 만나고 있지요. ‘자유인문캠프’도 이번행사에서 느낀 여러 가지 교훈을 바탕으로 다음번 캠프를 기획할 계획을 가지고 있습니다.

사실 ‘자유인문캠프’는 대학을 새롭게 전유하려는 시도이기도 합니다. 이미 존재하는 ‘대학’이라는 공간을 우리에게 강요된 현실로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활용할 수 있는 범위로 인식한다면 여러 가지 기발한 상상이 가능하겠죠. 물론, 강의가 끝난 저녁에 비어있는 강의실을 활용함으로서 수강료를 싸게 할 수 있어서 이기도 하구요.(웃음) 그래서 ‘대학’안에서 새로운 ‘대학’을 만들어내기 위한 운동으로서 자유인문캠프는 꾸준히, 끈질기게 이어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9.마지막으로 하시고 싶으신 말씀..

 

지난주 수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열렸던 공개강연은 ‘자유’, ‘인문학’, ‘대학’에 대한 고민을 나눠보는 시간이었습니다. 생각보다 많은 분들이 와주셔서 행사를 준비한 저희 ‘토끼들’은 무척 힘이 났습니다. ‘자유 인문 캠프’라는 세가지 단어에 대한 ‘아주 근본적인 질문들’을 나누는 기획이었습니다. 행사 시작부터 많은 관심을 받은 것 같아서 참 다행입니다. 이번주 부터 본격적인 강의가 시작되는데, 각 강좌별 개강일까지 수강신청을 연장했습니다. 이 인터뷰를 보시고 더 많은 분들과 캠프에서 만날 수 있었으면 좋겠네요.

 

 

-공간은 열렸다.

 

3일간의 강연을 듣고 나도 사실 답은 없었다. 아마 이런 강연을 수십 수백번 들어도 우리에게 답이 똑 부러지게 떨어지지는 않을 것이고 누구도 답을 기대하고 가지는 않았을 것이다. 맑스,들뢰즈의 강연을 들어도 우리는 내일이면 다시 학점을 걱정하고 영어를 걱정하고 술을 마시다 문득 밀려오는 미래에 대한 막막함에 한숨을 쉬어야 한다. 어쩌면 차라리 모르고 산다면 그저 이런 삶들이 당연하다고 믿으면서 살아서 마음이 편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런 것들이 싫다면, 적어도 이 세상은 뭔가 잘못되어 있고 나만 혼자 그렇게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확인 하고 싶다면 중대로 한번쯤 가보는 것은 어떨까.

그렇게 한다면 우리에게 사유와 교류의 공간이 열릴 것이다. 어쩌면 인문캠프의 강연들이 줄 수 있는 가장 큰 힘들은 거기서 나올지도 모른다. 결국 문제의 해결은 스승이나 책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자기 자신이 비판적 사유를 계속해서 끌고 나가 그것이 행동과 합치될 때 나오는 것이기도 하다. 문제는 그러한 사유를 할 공간들이 주어져 있느냐. 같이 이야기할 벗들이 있느냐-에서부터 시작한다. 이 “두산대”의 시대에, 자유인문캠프의 존재는 그래서 더더욱 소중하다.

본 강연은 11월 8일부터 시작했으며 “길의 역사”(강내희) “행복의 철학사”(최성환) “오늘날,이데올로기들”(김성윤) “맑스 저작 읽기” (정정훈) “당신 좋으실 대로-신자유주의 문화정치”(서동진) “들뢰즈의 예술가들”(이동연) 총 6개의 강좌가 4주동안 진행된다. 현재 18일 개강하는 “길의 역사”와 10일 시작하는 “당신 좋으실 대로”와 “들뢰즈의 예술가들” ,12일 시작하는 “맑스 읽기”가 개강날까지 접수중이며 당일 현장 접수도 가능하다. 모든 강연은 중대에서 진행중이다 http://cafe.naver.com/univfree

 

자몽에이드 1기 숭실대학교 언론홍보06
이동훈(kflare@paran.com)


Leave a Rep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