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를 유랑하는 배움공동체, 자유 ○○ 캠프 [경향신문]

(BGM: 3,000원♪ 3,000원♪ 3,000원♪ 맥도날드 CM)
자유예술캠프, 자유인문캠프, 자유상상캠프. 이름만 들어도 후리한 이 캠프들은 도시의 유휴 공간을 이용해 누구에게나 개방하는 지식나눔운동이다.
시작은 자유예술캠프에서 비롯됐다. 자유예술캠프는 도시 유휴 공간을 강의실 삼아 정규 대학 프로그램이 다루기 어려운 통섭적인 강좌를 들으며 종래에는 시민의 자율적인 학습 공동체를 형성하는 것을 취지로 삼았다. 자유인문캠프와 자유상상캠프는 이러한 자유예술캠프의 뜻을 이어받았지만 각자 저 나름의 방식으로 진화했다.
‘따사로운 햇살 아래 한가로이 도시를 유랑하노라면, 더불어 자유 ○○ 캠프까지 함께라면 더 이상 어떤 것도 필요하지 않았다’ 올여름 자유캠프에서 도시의 유목민이 되어보는 건 어떨까? 시간당 3,000원, 커피 한 잔 값으로 당신의 예술, 인문, 상상의 폭을 확장시켜줄 수 있는 배움의 공동체를 소개한다.
1. 자유예술캠프
대학의 질 높은 강의를 시민에게 개방해 대중문화예술교육의 저변 확대 시도…학교 밖으로 나선 대학 교수·강사
자유예술캠프는 한예종 사태가 계기가 되어 출범한 학습·창작 공동체이다. 2009년 문화체육관광부가 한국예술종합학교의 황지우 총장을 압박해 사퇴하게 하고 학과를 축소·폐지하라는 감사처분을 내렸다. 또 국회 승인을 받아 진행되던 한예종의 ‘Ubiquitous Art & Technology 통섭 교육사업’이 문광부의 예산 미배정으로 좌절됐다. 피켓을 들고 문광부를 규탄하던 학생, 교수·강사, 학부모는 지쳐갔다.
한예종 사태에 지친 한예종 구성원들 사이에 대중을 위해 학습 축제를 열자는 목소리가 나왔다. 그때 힌트를 얻은 것이 독일의 자유국제대학이다. 1972년, 뒤셀도르프 미술학교에서 해임된 요셉 보이스는 자본과 정부권력에 의해 통제되지 않는 자유로운 고등 교육을 실현하고자 자유국제대학 프로젝트를 추진했다. ‘나이, 세대, 학력을, 불문하고 배움의 열정을 가진 모든 분에게 기회를 마련하여 창의적인 학습 축제를 만들고자 한다’는 자유국제대학을 모델로 권위주의적 지배체제에서 벗어나 새로운 예술교육, 학제적인 예술교육을 추구하는 자유예술대학이 탄생했다. 교수와 강사들이 학교 밖으로 나섰다.
예술을 향유하기
2009년 여름, 자유예술대학은 자유예술캠프로 이름표를 바꿔 달고 도시로 나갔다. 여름과 겨울 계절마다 열리는 자유예술캠프는 시민을 향하는 대중문화예술교육을 목표로 두었다. 강의 장소는 별도의 공간 없이 방학 때 비는 대학의 강의실을 비롯한 도심의 유휴공간을 이용했다.
임대료 걱정은 덜었지만, 외부의 지원 없이 시간당 3,000원의 수강료만으로 캠프를 운영해나가기란 쉽지 않았다. 자유예술캠프의 원년구성원인 유강서애 씨는 “수강료와 시민의 후원으로 캠프를 운영하려고 하니 재정적으로 매우 힘든 게 사실이에요. 강사료 없이 지식을 기부해주신 강사님과 무급으로 일해준 기획팀과 스텝이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거예요”라고 소회를 털어놓았다.

지난 20일 서울광장에서 열린 <우리, 광장에서 놀자> ‘오큐티발에서 자유예술캠프 기획단의 모습 (사진출처: 자유예술캠프)

매회 캠프마다 재정적인 어려움을 겪었지만, 이제는 회당 평균 400명의 수강생이 몰려들 정도다. 이번 여름 자유예술캠프의 <일상기기를 활용한 단편영화제작> 워크숍 강사인 김현규 씨는 “수강생은 주로 20, 30대가 대부분이지만 중학생부터 50, 60 노년층까지 수강생 연령층이 다양합니다”라고 말했다.
김 씨는 3년 전부터 기획단으로 참여하고 있다. 그는 “초기 자유예술캠프는 문화예술교육운동이라는 측면을 가지고 있었는데 요즘은 수강생들이 지식습득에만 중심을 두고 있어 운동의 성격이 약해지는 것 같아요”라고 아쉬움을 토로하면서 “대중이 문화예술교육을 받고 향유해 스스로 창작자가 되어야 문화예술이 살아남을 수 있습니다”고 했다.
올해 햇수로 3년을 맞은 자유예술은 또 다른 도약을 꿈꾸고 있다. 유강 씨는 “처음엔 한예종 구성원이 모여 시작했던 자유예술캠프가 이제는 시민 기획단의 힘으로 돌아가고 있어요. 지금까지는 자유예술캠프는 기획팀도 스텝도 유동적인 실험모델이었고 이제는 시민이 주축이 된 ‘지식협동조합’ 형식으로 발전시키기 위해 준비 중입니다”라고 전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앞으로 서울시, 서울시교육청, 서울문화재단 등에 사업 계획서를 내 재정적으로 도움을 받을 예정이에요”라고 덧붙였다.

2011 여름 자유예술캠프에서 <예술을 위한 통섭 예술어> 워크샵을 진행하고 있는 유강서애 씨 (사진출처: 자유예술캠프)

 

‘Consilience, Art, Movement, Plaza’
올해로 7회째 열리는 자유예술캠프는 이번 여름 캠프에서 ‘Consilience, Art, Movement, Plaza’(통섭, 예술, 운동, 광장)를 슬로건으로 내걸었다. 2012 여름 자유예술캠프는 이화여대와 정동 금속노조, 레드북스 등에서 다음 달 30일까지 열린다.
이번 여름 자유예술캠프에서는 강신준 교수의 <21세기, 마르크스 『자본』으로의 안내>, 홍성태 교수의 <신건축학개론-글로벌 개발자본의 투기장소: 용산현장을 가다>, 김현준 재즈평론가의 <음악이 된 분노의 소리들>, 이원재 문화연대 사무처장의 <예술행동: 미학적 상상력과 사회적 실천>, 이명원 문학평론가의 <21세기 노동과 시적 정의> 등 18개의 강좌가 펼쳐진다. 강좌당 4~5회로 걸쳐 구성되어 있으며 개별 강좌는 개강일 전까지 수강신청을 받고 있다. 수강신청은 홈페이지(www.freeuniv.net)에서 할 수 있다.

 
2. 자유인문캠프


‘대학은 기업이 아니다’ … 학내에서 비판 목소리 높여


“이것은 대학이 아니다”

2008년, 두산 재단이 중앙대를 접수했다. ‘학생들에게 두산그룹 직원과 같은 혜택을 주겠습니다’ 두산 재단은 두산 야구경기 무료관람, 두산 그룹 계열 프랜차이즈 할인 등의 혜택을 주며 학생들을 준 두산그룹 직원처럼 대했다. 그러나 재단은 기업 구조조정을 하듯 ‘취업률이 낮은’ 학과의 목을 잘랐다. 회계 과목을 필수 교양 과목으로 집어넣었다. 반발하는 목소리를 내는 교지는 배부되자마자 수거되었다. 대학은 직업 훈련소로 변모하는 듯했다. 학생들은 외쳤다. ‘대학은 기업이 아니다’ 몇몇 학생은 타워크레인 위로 올라가 고공시위를 벌였지만 돌아온 것은 무기정학 통보였다.
학교엔 침묵만이 감돌았다. 재단에 반하는 의사표현을 하면 징계받는다는 공포감은 중앙대 학생들의 입을 다물게 했다. 그때 곽동건 씨(25·중앙대 신문방송학과) 타임 라인의 트위터 새가 지저귀었다. “중앙대 대학원생이 트위터에 인문학 위주 모임을 만들어 보자는 글을 올렸어요. 재밌겠다고 반응을 했는데, DM이 온 거에요. 몇 시에 어디로 오라고” 2010년 7월, 일면식도 없던 최철웅 씨(중앙대 대학원)와의 만남이 시작되었고 어느새 곽 씨는 자유예술캠프를 모토로 삼은 자유인문캠프의 대장이 되어 있었다.
인문학으로 사유하기
‘잠수함 속의 토끼’는 사회의 미세한 변화를 먼저 알아채는 지식인에 대한 비유이다. 2010년 가을, 자유인문캠프 기획단은 자신을 스스로 ‘잠수함 속의 토끼’라 칭했다. 토끼들은 인문학, 사회과학 강좌를 열었다. 두산 재단이 축소한 교양강좌를 대신해 자유인문캠프가 일종의 대안 대학이 되는 것이 토끼들의 의도였다.

자유인문캠프 기획단 (오른쪽) 곽동건 씨

중앙대의 빈 강의실을 이용하기 때문에 공간 대여 측면에서는 큰 어려움이 없었다. 문제는 강사진과 수강생 확보. 곽 씨는 “처음엔 중앙대 내 교수님들이 많이 도와주셨어요. 덕분에 강좌를 개강할 수 있었죠. 학교 게시판, 트위터를 통해 홍보하면서 수강생을 모집했고요”라며 기획과정을 하나하나 이야기했다.
다른 자유 ○○ 캠프에 비교해 어떤 차별성을 갖고 있느냐는 물음에 곽 씨는 “자캠(이하 자유인문캠프)은 여름, 겨울 방학의 강좌사업 이외에도 학기 중에 다양한 행사를 많이 열고 있어요. ‘이것은 대학이 아니다’ 라는 이름으로 새내기 교양학교를 열고, 다큐상영회, 유명연사의 무료강연, 책 읽기 모임도 합니다. 또 ‘잠망경’이란 필명으로 게릴라식 독립저널을 출간해 교내신문이 비판하지 못하는 부분을 꼬집기도 합니다. 재단, 학교 본부, 학생회 등 상대를 가리지 않고 부당함에 문제를 제기하는 거죠”라고 답했다.
처음에 6명이던 기획단은 13명으로 늘어났다. 자유예술캠프도 이제는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아 회당 400명의 수강생이 몰린단다. 그 중 절반은 중앙대 학생이다. 지난겨울 자유인문캠프 강좌를 수강한 중앙대 학생 조 모씨는 “신입생이라 강의 내용이 다소 생소했지만, 학교에서 들을 수 없는 독특한 강의였다. 강의 후 뒤풀이를 하면서 좋은 사람들을 많이 만났다”고 말했다.
잠수함 속의 토끼들은 여전히 두 눈을 반짝이고 있다. 콘서트 열기, 학교 텃밭 가꾸기, 플래시 몹하기, 책 발행하기 등 아직 자유인문캠프를 통해 하고 싶은 것이 무궁무진하단다. 곽 씨는 “자캠이 단순히 강의만 듣고 끝나는 곳이 아니었으면 합니다. 자캠을 통해 대학을 바꾸어보려는 힘을 모으는, 희망의 진지전이 되면 좋겠어요”라고 말했다. 그는 요즘 자유인문캠프를 대학 안의 사회적 기업으로 만드는 것을 구상 중이란다. 그에게 약 2년간의 활동을 스스로 어떻게 평가하느냐고 물었다. “글쎄요. 평가는 최소한 10년 뒤에 할 수 있는 것 아니겠어요? 그때까지 자캠은 계속될 것 같아요”

‘사유, 감각, 상상’
중앙대 서울캠퍼스에서 진행되는 2012 여름 자유인문캠프는 ‘사유, 감각, 상상’을 모토로 8월 31일까지 열린다.
상상력의 도약, 감각의 확장, 사유의 해방이라는 3개의 섹션에 걸쳐 다양하게 구성된 강좌는 한 강좌당 4~8회로 진행된다. 이광석 교수의 <개입의 예술, 저항의 미디어>, 김성욱 서울아트시네마 디렉터의 <불가능성의 표상>, 최정욱 ‘자음과 모음’ 편집위원의 <사유의 악보: 이론의 교배와 창궐을 위한 불협화음의 비평들> 등 10개의 강좌가 있으며 이외에도 여세진 문화놀이터 액션가면 대표의 <즉흥 액팅을 통한 마음회로 풀기> 등 4개의 워크숍도 열릴 예정이다.
자유인문캠프는 수강신청은 홈페이지(www.freecamp.kr)에서 할 수 있으며 이곳에서 지난 자유인문캠프의 몇몇 강좌 동영상도 볼 수 있다.

중앙대에서 열린 박해천 교수의 2012 자유인문캠프 <콘크리트 유토피아> 강의 현장

 

3. 자유상상캠프


자유예술캠프의 지역모델로 시작, 지역청년자립 운동하며 부천문화생산공동체로 진화 중
지역사회에 말 걸기

자유상상캠프는 경기 부천시를 무대로 하는 지역문화생산공동체다. 기획단 김미경 씨(39)는 이 캠프가 자유예술캠프의 지역모델로 시작했을 때부터 함께했다. “2010년 10월이었어요. 자유예술캠프 기획단이었던 선배가 제게 자유예술캠프의 지역모델을 구상 중인데 같이 해보지 않겠느냐고 물어봤어요” 당시 지속 가능한 창작공동체에서 활동하며 배움공동체에 관심이 많았던 이 씨는 선배의 제안을 흔쾌히 받아들였다.
2011년 1월, 자유예술캠프 기획단과 부천문화재단의 지원을 받은 부천자유예술캠프가 문을 열었다. 그러나 결과는 참담했다. 대박이 날 것이라 기대했던 첫 캠프는 수강생 부족으로 강좌의 절반 이상이 폐강되는 지경에 이르렀다. 김 씨는 “자유예술캠프의 내용과 형식을 빌려 부천에서 강좌를 열었어요. 그런데 인기 아이템이라고 생각했던 강좌에 수강생이 하나도 안 모이는 거예요. ‘홍보의 문제인가?’라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어요. 지역이 빠져있었던 거죠”라며 당시 상황을 이야기했다.
우선 지역을 잘 알고 있는 기획자를 찾는 것이 급선무였다. 부천 인근 ‘청년지역문화기획자’를 모집하고 캠프의 이름부터 다시 짓기로 했다. 김 씨는 “자유도시캠프, 자유창작캠프, 자유스런캠프 등등 여러 후보 중 최종적으로 자유상상캠프를 선택했어요. ‘도시를 상상하라’라는 슬로건을 가지고 우리가 담고 싶은 상을 담아 지은 이름이라 애착이 커요”라고 웃으며 말했다.
캠프 강좌의 형식과 내용도 모두 바꿨다. 서울에 나가 들을 수 있는 강좌 내용보다는 지역공동체를 주제로 한 강좌를 기획하고 강좌기간도 짧게 잡아 한 강좌당 2~3회 강의가 이루어지게 했다.

2012 여름 자유상상캠프 기획회의 중인 자유상상캠프 기획팀과 부천 청년지역문화기획단

 

지역사회에서 어울리기
자유상상캠프는 아직 풀어야 할 숙제가 많다. 지난 캠프 때까지는 부천문화재단의 도움을 받았지만, 이번 캠프부터는 외부단체에서 받는 지원금을 대폭 줄였다. 김 씨는 “재정적으로 어려워졌지만 대신 캠프를 더 자율적으로 운영할 수 있게 된 점도 있어요”라고 말했다. 빈 강의실 찾기도 여간 쉽지 않다. “유휴 강의실을 구하려고 부천 곳곳을 다 돌아다녔어요. 힘들지만 이것도 지역사회에 말 거는 방식이라 생각하고 유쾌하게 나서서 요구하려고요”
올해 자유상상캠프는 ‘지역청년자립운동’을 시작으로 다시 걸음을 내디뎠다. 김 씨는 “요즘 마을 만들기, 공동체 만들기에 관심이 있는 청년들이 많다. 그러나 정작 그들과 이야기를 나누면 거대담론부터 이야기한다. 지역주민을 만나 삶의 영역 안에서 내 삶을 꺼내 놓고 이야기를 하는 것 고민하는 것, 일상적인 영역에서 시작하는 것이 지역사회운동의 출발점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청년지역문화기획자’ 양성과정은 내년에도 계속될 예정이다. 김 씨는 “청년지역문화기획자 트레이닝 과정을 통해 지역사회에 관심을 둔 청년들이 동료를 만나 연대하고, 에너지와 열정을 모으면 좋겠어요”라고 말하며, “자유상상캠프는 방향을 제시하기보다는 우리가 가진 질문, 문제의식을 공유하며 스스로 배우는 공동체를 지향합니다. 자유상상캠프가 이러한 지역공동체가 만들어지는 기반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라고 끝맺었다.
‘만들어진 도시, 깃들어갈 지역’
‘만들어진 도시, 깃들어갈 지역’을 캐치프레이즈로 내세운 2012 여름 자유상상캠프는 7월 16일부터 8월 18일까지 부천 곳곳에서 열린다.
자유상상캠프는 자유예술캠프, 자유인문캠프와 달리 연속된 강좌보다는 일회성의 만남 ‘판’을 여는 것에 무게를 두고 있다. 지난 25일 열린 청년자립 프로그램 <청년 일상다반사>를 시작으로 8월에는 <청년쉐어하우스 ‘독수공방’>, <마을극장 ‘불금’>, <청년문화기획자 포럼 ‘판케이크’>, 도시 캠프 <그래! 이 캠핑 GRAY CAMPING> 등 주민과 소통하며 지역공동체가 가진 고민과 문제의식을 구체화할 수 있는 ‘판’이 펼쳐질 예정이다. 자유상상캠프 홈페이지(http://sangsangcamp.net)를 방문하면 자세한 내용을 확인할 수 있다.
김지연/ 인터넷 경향신문 인턴 기자 (@Yess_twit/웹場 baram.khanco.kr)

 

Leave a Rep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