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학으로 세상을 깡충깡충! ‘자유인문캠프’에서 진짜 세상을 만나다 [도란도란 인터뷰]

인문학으로 세상을 깡충깡충! <자유인문캠프>에서 진짜 세상을 만나다도란도란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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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는 잠수함 속에 토끼를 태우고 다녔습니다. 잠수함 속 산소가 부족해지면 산소 변화에 가장 예민한 토끼가 그 변화를 감지하고 반응해서 위험을 피할 수 있기 때문이지요. 게오르규의 소설에 나오는 이 에피소드를 통해 잠수함이 사회라면 토끼는 종종 지식인을 비유하는 표현으로 쓰이곤 했는데요. 중앙대학교라는 잠수함에도 토끼들이 존재합니다. 이들은 다른 사람들이 눈치 채지 못하는 미세한 변화에도 예민하게 반응합니다. 산소가 부족해지는 중앙대학교에서 토끼들은 인문학을 산소통 삼아 깡충깡충 뛰어다닙니다. 그들이 만들어낸 첫 번째 산소통이 바로 올해로 4년째를 맞이한 <자유 인문 캠프>입니다.

 

산소가 부족한 토끼들, 재미있는 일을 꾸미다

 

중앙대학교에서는 지금 <2013 겨울 자유인문캠프>가 열리고 있습니다. 지난 가을학기에는 <잠망경>이라는 독립저널도 발간되었습니다.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았던 상쾌한 인문학 강의와 어디에도 속하지 않은 날카로운 독립저널의 탄생은 2010년 ‘잠수함토끼들’의 탄생과 함께 시작되었습니다.

 

 

 

‘잠수함토끼들’이 대체 뭔가요?

<자유인문캠프>(이하 <자캠>)를 기획하고 있는 기획단 이름이에요. 그렇지만 저희는 <자캠>이라는 강좌 사업뿐 아니라 다른 것들도 함께 기획하려고 하기 때문에 단순히 ‘기획단’ 말고 다른 이름을 정하고 싶었어요. 잠수함토끼는 게오르규 소설에 나오는 의미인데 주로 지식인에 대한 비유로 쓰여요. 저희가 지식인인 척 하려고 했던 것은 아니고 예민한 사람들이라는 뜻으로 쓴 거예요. 대학이라는 공간에서 어떤 문제가 있을 수 있는데 사람마다 그걸 느끼는 강도는 다를 수 있잖아요. 어떤 단과대 학생은 구조조정이 큰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할 수도 있고 때론 구조조정 해당 단과대 학생도 큰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할 수도 있죠. 그런데 저희한테는 그게 굉장히 무서운 일이고 가만히 지켜봐서는 안 되는 일처럼 여겨졌어요. 저희는 좀 예민하고 유난스럽다고 할 수도 있는 사람들이에요. 대학 내에 문제를 알아차렸고 우리가 감지한 위험을 알릴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거죠. 잠수함토끼, 어감이 귀엽기도 하고요(웃음)

 

 

이름이 귀여워서 눈에 띄었어요. 그럼 ‘잠수함토끼’들은 어떻게 시작하게 되었나요?

2010년이었는데 중앙대 구조조정과 통폐합이 관철되었고 반대하던 학생들은 모두 징계를 받고 학교가 이미 정리된 상황이었어요. 학내 언론도 탄압을 당했고요. 여러 사람들이 저항도 해봤는데 결국 아무것도 성공하지 못해서 학내 패배적인 분위기가 가득했었어요. 그러던 차에 한 대학원생이 트위터에다가 ‘이번에 중앙대에서 재밌는 일을 꾸며보려고 한다,’라는 트윗을 올렸는데 제가 그거보고 ‘아 재밌겠네요’ 그랬어요, 그냥.(웃음) 그런데 갑자기 저한테 DM(메시지)이 온 거예요. 몇 월 며칠 어디로 오라고요. 이 사람은 뭘까 싶었죠(웃음) 전혀 모르는 사람이었지만 저도 그냥 재밌을 것 같아서 호기심에 찾아갔어요. 그렇게 모인 사람들끼리 그렇게 첫 회의를 시작했어요, 우리가 왜 모인 거고 뭘 하려고 하는 건지에 대해서 7월 달부터 한 네 달을 일주일에 세 번씩 만나서 회의만 했어요.

 

 

아무것도 없이 모인 사람들끼리 막막했을 것도 같은데요. 어떤 식으로 갈피를 잡아나갔나요?

한예종에서 ‘자유예술캠프’라고 해서 대학을 시민들에게 열어놓고 시민과 학생들이 함께 강의도 듣고 여러 문제들도 함께 고민하는 프로젝트를 했었어요. 그럼 중앙대에서는 ‘자유인문캠프’를 열어 보는 것은 어떠냐 해서 처음에 틀을 그렇게 잡았어요. 얘기를 하다보니까 생각처럼 쉬운 일은 아니었고 준비할 게 굉장히 많다는 걸 알았죠, 그래서 계속 얘기했어요. 그럼 이 <자캠>이라는 것은 어떤 행사인지, 취지는 무엇인지,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뭔지, 어떤 효과가 있을 것인지…… 계속 회의를 하다 보니 슬로건도 나오고 문제의식도 선명해지고 기획단들이 공유하는 관심사나 이런 게 맞아 들어가기 시작했어요. 그래서 2010년 11월에 시작하게 된 거예요.

 

 

사유 + 감각 + 도약 = <자유인문캠프>

 

 

지금은 꽤 인기 있어요. 벌써 마감된 강좌들도 많고요. 처음 시작할 때는 분위기가 어땠어요?

처음에 걱정이 정말 많았어요. 학내에서 강좌 같은 것을 열면 비판적인 지식인, 국회의원 이렇게 유명한 분들이 와도 앞에 한 열 명 앉아있고 그랬거든요. 학내 강좌 사업이라는 게 참 힘들다는 걸 이미 알고 있었죠. 특히나 인문학 얘기하고 사회 비판적인 얘기하고 약간이라도 정치적인 느낌이 있으면 사람들이 안 오는 거예요. 그 사람들도 못하는데 우리가 할 수 있을지 정말 많이 걱정됐죠(웃음). 처음 <자캠>을 개강할 때 올해처럼 연속강좌를 개강하기 전에 세 번짜리 무료 공개강연을 했어요. ‘아주 근본적인 세가지 물음’이라는 큰 타이틀로 세부 주제를 ‘자유’, ‘인문학’, ‘대학’ 이렇게 ‘자유 인문 대학’으로 잡아서 강의를 기획했는데 이 세 강의가 모두 대박이 난거예요. 100명 정도 강의실을 빌렸는데 거의 꽉 찼더라고요. 처음이라서 <자캠>이 뭔지 홍보도 안됐고 학내에서도 그동안 이런 강좌가 잘 된 적이 없었는데 이상하게 잘 된 거죠. 그때 정말 깜짝 놀랐고 감동받았는데 그게 동력이 되어서 그 다음 학기를 바로 기획하게 한 것 같아요.

 

 

그 많은 사람들이 다 어디에 숨어있던 걸까요?(웃음) <자캠>은 그 사람들을 어떻게 이끌어 낸 건가요?

그동안 학내에서 인문학을 공부하고 싶고, 학내 상황에 대해 보다 진지한 고민을 하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없는 사람 취급 받았잖아요. 그동안 강연회나 여러 가지 목소리를 낼 때도 마치 그런 사람들이 없는 듯했고요. 그런데 정말 그런 것 같지는 않았어요. 그래서 누구나 와서 부담 없이 들을 수 있는 그런 강의를 만들면 학내에 숨어있는 사람이 많이 나올 거라고 생각했어요. 정치적인 거부감을 최대한 빼고 처음 다가오는 사람들도 쉽게 참여할 수 있도록 마음 편하게 만들려고 노력을 많이 했죠. 그리고 <자캠>을 통해 그 전까지 이러한 고민을 하는 사람이 나 혼자라고 생각했던 사람들과 그동안 학내에서 내가 동의할 수 있는 목소리들은 항상 패배하는 것을 보고 고민을 포기한 사람들에게, 그렇지 않다는 것을 확인 시켜주고 싶기도 했어요. 이런 노력들이 사람들을 많이 참여하게 한 것 같네요.

 

<자캠>에는 인문학을 바탕으로 꽤 다양한 프로그램들이 열려요. 기획단이 모두 학생이신데 어떻게 이런 프로그램들을 기획하나요?

처음에는 멤버였던 대학원생의 인맥으로 섭외를 했는데 매번 그렇게 하기는 힘들잖아요. 매 학기 진행하는 기획회의에서 여러 가지 주제를 고민해서 정하는 편이에요. 기존에 강의하시던 선생님이 다른 분 소개해주기도 하고 저희가 학기 중에 책읽기 모임이나 세미나에서 읽은 책 저자를 섭외해보기도 하고요. 그런데 그게 저희가 처음에 기획한 대로 가지는 않아요.(웃음) 현재 진행 중인 ‘연기워크샵’같은 경우는 수강생으로 오셨던 분과 함께 뒤풀이를 하다 보니 사당동에서 극단을 하고 계시고 연기를 계속 하시던 분이였던 거예요. 그래서 뒤풀이하면서 다음 학기 연기 워크샵 수업 어떠시냐고 부탁해서 강의를 하게 됐어요. 이런저런 인연이나 우리가 듣고 싶은 강좌들이나 잘 버무려서 기획하고 있습니다.(웃음) 근데 정말 기획의 결과는 예측 할 수 없는 것 같아요. 회심의 강좌가 망하기도 하고 의외로 그냥 “선생님 한번해주세요~” 이렇게 올린 강좌가 대박나기도 하거든요.

 

그런데 왜 모토가 ‘인문학’인가요? 구조조정에서 시작된 논의가 어떻게 인문학으로 귀결되었는지가 궁금해요.

사실 인문학은 세상을 인식하는 기본이 되는 거잖아요. 과학자도 세상을 이해하려면 인문학적인 사유 없이는 이해할 수 없고 자신의 삶의 의미도 인문학적인 고민 없이는 파악할 수 없고요. 인문학이라는 게 꼭 두꺼운 책을 읽고 어려운 강의를 들어야만 되는 것이 아니라 세상과 자신의 의미를 파악하는 과정 자체가 인문학적인 과정이라고 생각해요. 나와 세상의 관계에 대해서 물음을 던지는 태도인거죠.

 

그런데 학내에서 경영경제계열에 집중적으로 투자하고 지금 당장 쓸모가 없어 보이는 인문학을 축소하거나 통폐합하는 것이 그런 고민과 태도에 대해서 그건 돈이 되지 않으니까 쓸모없다고 말하는 것처럼 들리기도 한다는 거예요. 그리고 그런 고민과 물음의 자리를 대체하는 것은 자기계발이잖아요. 자격증이나 공모전만 쓸모 있고 내 삶에 직접적으로 도움이 되고, 삶에 대한 고민 같은 건 필요 없다고 말하는 것과 다를 바 없어요. 쓸모 있는 것과 쓸모없는 것을 그런 기준으로 나누다보니 대학에서 배운 것이랑은 무관한 직업을 가지는 것처럼 보이는 인문학도들은 ‘쓸모없는 것’을 배우는 게 되어버리죠. 인문학을 배워서 어디에 쓸모가 있다는 건가 하는 물음으로 바로 연결이 되는데 그런 생각들이 문제가 있고 우리가 그러한 문제들을 감지했고 경고해줘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지금 자기계발의 명령들이 대학생들을 계속 몰아내고 있어요. ‘더 열심히 살아라, 이력서에 한줄 더 쓸 수 있는 일을 해라, 쓸모없는 일을 할 시간이 없다’ 저희는 단순히 이런 명령을 거부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저희가 얘기하는 개념이 ‘자기교육’이에요.

 

 

자기 교육 운동, 해방의 인문학

 

 

자기계발이 취업을 위해서, 스펙을 위해서 혹은 남들이 다 해서 안하면 남들에게 뒤처지니까 그러지 않기 위해서 끊임없이 하기 싫어도 해야 하는 자기관리같은 것이라면, 자기 교육은 목적성이 없는 공부들이 어떤 목적을 만들어내는 과정이에요. 자기교육은 처음에 정해진 목표가 없지만 그렇다할지라도 공부, 즉 삶에 대한 성찰과 사유를 통해 새로운 목표가 생기고, 다시 또 더 멀리 더 높은 목표가 생기기도 해요. 그리고 그 과정에서는 선생과 제자의 구분도 모호해지죠. 덜 배운 사람이 더 배운 사람을 가르칠 수도 있고 스스로 가르치며 성장할 수도 있는 것이 자기교육이에요. 이러한 자기 교육을 위해서 가장 필요한 공부는 바로 인문학이죠. 세상에 이미 만들어진 규칙이 있고 그것을 따라야만 한다는 꽉 막힌 자기계발의 논리가 아니라 그 규칙이 과연 옳은가에 대해서 한 차원 더 높은 질문을 하고, 그리고 ‘또 다른 규칙을 만들 순 없을까?’라고 고민하는 해방적인 상상력이 인문학 속에 있잖아요. 그래서 ‘자기교육 운동, 해방의 인문학’이라는 슬로건을 만들게 되었어요.

 

 

수강생들은 <자캠>을 통해 ‘해방’된 것 같나요?

수강생들이 저희한테 와서 해방되었다고 말하지는 않지만(웃음) 분명 그분들에게 강좌가 좋은 영향을 끼친 것 같아요. 새로 오시는 분도 있지만 늘 뵙던 분들을 계속 뵙는 것 같거든요. 강좌 끝나고 설문조사를 해도 만족도가 굉장히 높은 편이고요. 수강생이었다가 지금 기획단을 함께 하고 있는 친구들도 있어요. 강의를 통해 얻은 것이 많기 때문이겠죠.

앞으로 <자캠>과 ‘잠수함토끼들’의 행보는 어떻게 되나요?

<자캠>은 지금까지 독립적으로 진행하고 있는데 이것이 저희의 가장 큰 약점이지만 가장 큰 무기이기도 해요. 학교에서 돈을 받아 하는 강좌 사업이 아니기 때문에 기획이나 진행에 있어서도 훨씬 자유롭고 실험적일 수 있고 저희가 기획한 <잠망경>이라는 독립 저널도 훨씬 자유롭게 목소리를 낼 수 있고요. 그리고 분명 그런 강좌나 목소리가 학생들에게도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저희는 학교 밖으로 아예 독립해서 나올 일도 없을 거고 그렇다고 독립성을 버리고 학교 제도 안으로 편입될 일도 없을 거예요. 어떻게 이 독립성을 잘 유지해나가느냐가 앞으로 최대 관건이 될 것 같네요. 그리고 저희는 아직 처음에 기획해놓은 것을 다 실현하지 못했어요. 신문 <잠망경>도 계속 낼 거고 아마 올해 상반기 중에는 동작 fm 방송이 생기는데 거기서 라디오를 하게 될 것 같아요. 책도 조만간 낼 것 같고요. 하고 싶은 것은 아직 많아요. 그러니 올해도 버라이어티한 해가 될 것 같네요.(웃음)

 

 

당신이 탄 잠수함의 산소 수치가 궁금하다면

 

 

잠수함토끼들은 십 년 간 지속해나갈 계획으로 자유인문캠프를 시작했습니다. 그와 더불어 초기에 기획했던 즐거운 상상도 하나씩 실현해 나갈 계획입니다. 이미 잠수함토끼들은 자유인문캠프와 잠망경뿐 아니라 책 읽기 모임이나 다큐멘터리 상영회 같은 여러 산소통들을 마련해놓고 있는데요. 혹시 여러분이 타고 있는 잠수함의 산소 수치가 궁금하다면 예민한 잠수함토끼들을 찾아가 보는 것은 어떤가요? 산소 수치를 가늠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생각보다 쉽게 조금 더 신선한 산소를 마시게 될 지도 모르니 말이에요.

 

 

<2013 겨울 자유인문캠프> 일시: 1.14~2.28 장소: 중앙대학교

자유인문캠프 홈페이지: http://www.freecamp.kr/

자유인문캠프 커뮤니티: http://cafe.naver.com/univfr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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